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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을 웃고 울린 2023년도 어느덧 저물어 간다.
LG 트윈스의 '천하통일'은 2023시즌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매년 우승후보로 꼽히면서도 1994년 V2 이후 번번이 눈물을 흘렸던 LG는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1위로 마감한 가운데, 한국시리즈에서도 KT 위즈를 4승1패로 제압하면서 비원의 V3를 일궜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빛을 보지 못했던 롤렉스 시계와 아와모리주도 비로소 먼지를 털어내고 우승의 환희와 함께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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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문동주는 국내 투수 최초로 160㎞의 공을 던지며 한국야구사에 신기원을 이룩했다. 4월 12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한 문동주는 1회말 박찬호와의 3구째 시속 160.1㎞의 공을 던졌다. KBO리그가 공식으로 구속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기록된 국내 선수 최고 구속. 이전 최고 구속은 2012년 9월 7일 롯데 자이언츠 최대성이 한화 장성호를 상대로 던진 158.7㎞였다.
④그대가 '리빙 레전드', 역사를 수놓은 기록의 사나이들
올 시즌엔 '기록의 사나이'들도 유독 많이 탄생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은 6월 6일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KIA 최형우는 6월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KBO 최다 타점 기록 경신 및 최초 1500타점 고지에 올랐다. KIA 양현종은 10월 17일 KBO 최초 9시즌 연속 170이닝 기록을 세웠다. 한화 정우람은 앞선 10월 2일 KBO 역대 최초 투수 10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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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회 부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WBC 대표팀은 1라운드 탈락으로 고개를 숙였다. KBO리그 최정예 선수들로 구성됐던 WBC 대표팀은 호주와의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분패한 데 이어, 일본과의 2차전에서 대패했다. 이어진 경기에서 2승을 추가했으나, 결국 호주와 일본에 밀려 2라운드 무대 조차 밟지 못한 채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⑥새롭게 쏜 희망, 류중일호 항저우아시안게임 金
류중일호의 금빛 질주는 앞선 WBC에서의 아픔을 털어낼 수 있었던 위안이었다. 24세 이하 선수 중심으로 출격한 항저우아시안게임 예선 첫 경기에서 대만에 덜미를 잡히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연승 행진을 펼치면서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결승에서 대만에 완벽한 설욕전을 펼치면서 박수를 받았다. 야구 대표팀 세대교체의 희망탄을 쏘아 올린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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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BO리그는 유독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일이 많았다. 기후 변화로 비가 잦아지면서 우천 순연 경기가 잇따랐다.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리그 중단 없이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우천 순연으로 가을야구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11월이 돼서야 한국시리즈가 개최되며 '겨울야구'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팬심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시리즈는 전 경기 매진사례를 기록했고, LG의 V3로 화룡점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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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처음으로 샐러리캡이 시행됐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하고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금액을 합산해 추산했다. KBO가 공시한 각 구단 샐러리캡은 114억2638만원. 이번 샐러리캡은 2025년까지 적용된다. 샐러리캡 시행으로 각 구단이 보다 건전한 경영을 통해 투명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샐러리캡으로 인해 향후 선수 수급이나 운영 방향성 면에서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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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각 구단과 팬은 사건사고로 속앓이를 해야 했다. 서준원이 미성년자 상대 성착취라는 초유의 범죄 사건을 일으켰고, 장정석 전 단장은 FA를 앞두고 있던 박동원에 뒷돈을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천웅의 불법 도박과 이원준의 후배 폭행 사건 등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사건은 야구계의 한숨을 자아냈다.
⑩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 역대급 반전드라마
2020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시행된 2차 드래프트. '역대급'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반전드라마가 펼쳐졌다. SSG와 FA 계약했던 내야수 최주환이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됐고, '인천 프랜차이즈' 김강민은 4라운드 지명으로 한화 이적이 결정됐다. 이들 외에도 베테랑 우규민이 삼성에서 KT로,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다가 친정팀 한화와 FA 계약했던 오선진이 2차 드래프트로 롯데 유니폼을 입는 결과가 나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