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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시즌을 뒤돌아 보면서 가장 놀라운 일은 한 투수의 피칭 폼 변화에 관한 것였다.
무 주자시 타자를 정면으로 보는 노 와인드업(손을 위에 올리지 않는 와인드업 자세)을 하고, 투구 시 왼다리를 들지 않아 홈플레이트 쪽으로 중심 이동을 하면서 빠르게 공을 던졌다. 이른바 퀵 모션 같은 동작였다. 정규시즌에 들어가서도 그렇게 던진 우규민에게 개막 후 5경기를 마친 4월 중순, 투구폼에 변화를 준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우규민은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 야마모토 요시노부 투수가 던지는 걸 보면서 시작했습니다. 다리를 크게 드는 불필요한 동작 없이 던지다 보니까 별로 힘도 안 들고 던지는 타이밍만 탁 맞으면 공이 힘이 있게 잘 들어갔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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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던질 때 나가는 하체 중심 이동의 매커니즘은 어떤 폼이라도 일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투구폼은) 힘을 전달되는 게 좋은 것 같고, 불필요한 동작이 없어졌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편하게 던질 수 있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리를 크게 들고 던지면 그 반동으로 힘이 있는 공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그런 동작이 없이도 최고구속 159㎞를 기록하고 있다. 우규민은 그런 야마모토의 피칭을 보고 "왜 힘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지 계속 연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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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규민은 연구를 거듭했고 정규시즌 9번째 등판을 마친 4월30일부터 또 다시 예전과 같은 다리를 올리는 폼으로 바꿨다. 경험이 있는 선수가 뭔가를 바꾸고, 다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우규민은 "(야마모토 같은) 좋은 선수라면 나이를 떠나서 배우는 것은 당연합니다. 야구는 정답이 없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계속 연구합니다"라고 했다.
우규민에게서는 자꾸 "연구" 라는 말이 나온다. 2024년 시즌부터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시행된다. 시범경기 동안에 '어떤 볼이 스트라이크가 될까' 빨리 연구한 투수가 살 수 있다. 특히 우규민 같은 제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22년째의 시즌을 새로운 팀에서 보내는 우규민. 그의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가 어떤 결과로 연결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