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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악마의 협상술'을 지녔다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올 연말에도 VIP 고객들과 함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빅마켓 구단들이 이정후 쟁탈전에 대거 뛰어들면서 가격이 폭등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보라스의 현란한 협상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정후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인천공항서 가진 입국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첫 번째 오퍼가 이 조건이었다. 금액을 처음 들었을 때 다리가 풀렸다"고 밝혔다. 당사자조차 상상하지 않았던 계약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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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린저는 이정후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 선수다. 보라스에게는 이정후보다 구단들을 설득하기 힘든 선수라고 보면 된다. 그는 2019년 LA 다저스에서 내셔널리그 MVP에 오른 뒤 어깨 부상을 입어 2년간 극심한 부진을 겪다 올해 시카고 컵스에서 부활했지만, 구단들은 '한 시즌 반짝'이란 우려를 살짝 던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130경기에서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 OPS 0.881을 마크한 벨린저가 MVP 시즌인 2019년 포스를 되찾았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벨린저는 이정후처럼 공수주를 고루갖춘 전천후 플레이어다. 2019년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언제든 두 자릿수 도루가 가능한 기동력을 갖고 있다. 특히 중견수 수비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다.
컵스보다는 토론토 유니폼을 입을 공산이 커 보인다. ESPN은 20일 '누가 슬러거 코디 벨린저를 품에 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벨린저가 토론토에서 뛰는 걸 딱히 꺼리지 않는다고 보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컵스보다 유리하다'고 전했다.
여러가지 측면이란, 우선 토론토는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정도로 전력이 강한 팀이다. 둘째로 토론토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 조지 스프링어 등 주력타자들이 모두 오른손이다. 이는 양키스도 마찬가지여서 후안 소토를 트레이드해 온 배경이 됐다. 셋째, 컵스는 여전히 리빌딩 모드다. 한 선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들일 명분이 약하다.
내셔널리그 한 관계자는 ESPN에 "컵스는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한 선수에게 큰 돈을 들이는 팀이 아니다. 블루제이스도 다르지 않지만, 그들은 로스터 완성에 필사적이다. 벨린저가 원하는 가격을 맞춰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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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 싸움에서 컵스가 토론토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벨린저는 어느 정도의 금액을 원할까. ESPN은 '보라스는 슈퍼스타급에 대해 3억달러 이상을 언급하는 스타일인데, 벨린저에 대해서는 그 정도를 받아야 된다는 뉘앙스는 풍기지 않고 있다'면서 '벨린저의 FA 협상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보라스는 2억달러(약 2614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보라스는 최근 자신의 VIP 고객을 토론토에 입단시킨 적이 있다. 류현진이다. ESPN은 '블루제이스는 최근 보라스의 고객과 장기계약을 한 경험이 있다. 류현진이 2019년 말 4년 8000만달러에 토론토와 계약했다. 반면 컵스는 톰 리케츠 구단주 체제에서 그런 시장엔 뛰어들지 않고 있다. 보라스와 리케츠는 전화 한 통으로 중요 사안을 합의할 정도로 친한 관계가 아니다'고 했다. 역으로 토론토와 보라스의 관계가 좋다는 뜻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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