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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숨통을 확실히 끊었어야 했는데, 살려주니 충격적인 결과가….
원정 1승1패면 충분히 잘한 결과다. 하지만 2차전을 시원하게 졌다면 모를까, 다 이긴 경기를 놓쳤으니 그 후유증이 상당할 듯 하다.
KT는 1회 4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다. LG는 선발 최원태가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4실점 하는 최악의 피칭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상황이 심각한 걸 감지한 염경엽 감독은 지체 없이 강판을 결정했고, 불펜 야구로 반격을 노렸다.
2회초, 양팀의 희비를 가르는 장면이 나왔다. 1사 후 9번 조용호가 이정용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2루까지는 당연한 코스. 넓은 잠실구장인데, 타구가 느리게 굴렀다. 조용호가 3루까지 뛰었다. 발이 빠른 선수지만, 좌중간 타구로 3루까지 가는 건 무리. 여기에 LG 수비진의 중계 플레이가 좋았다. 여유있게 잡혔다.
1차전도 이겼고, 초반 분위기 좋고 확실히 쐐기를 박아야 겠다는 생각에 조용호의 아드레날린이 분출된 듯한 플레이였다. 1사 2루보다, 1사 3루의 득점 찬스가 확실히 높아진다. 하지만 우중간이 아닌 좌중간 타구였다. 무모했다. 그리고 큰 경기, 큰 시리즈에서는 이런 플레이 하나가 경기와 시리즈 전체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걸 명심했어야 했다.
조용호가 아웃된 뒤, 한국시리즈 쾌조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김상수가 중전안타를 쳤다. 물론 주자가 있었을 때는 안타를 치지 못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KT에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다. 만약 LG가 야심차게 낸 이정용을 상대로 2회 곧바로 추가점까지 냈다면 경기는 초반 아예 KT쪽으로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뭔가 불길한 기운이 만들어졌고, 쫓기기 시작했다. 불펜 야구를 시작한 LG는 3회 오스틴의 적시타와 6회 오지환의 홈런으로 야금야금 추격을 시작했다. 1회 이후 추가점을 만들지 못한 KT는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고, 결국 8회 지친 불펜 박영현이 박동원에게 통한의 역전 투런포를 얻어맞고 말았다.
4회 1사 만루 찬스를 허무하게 놓쳤고, 7회 박병호가 김현수의 타구를 잡지 못하고 2루타로 만들어주는 등 다른 패인도 있었다. 하지만 조용호의 무리한 주루 플레이 때 LG의 숨통을 제대로 끊어놓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울 KT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