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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강백호 생각이 나질 않네.
KT가 2-0으로 불안한 리드를 가져가던 7회초. 문상철은 선두로 등장해 NC 바뀐 투수 김영규를 만났다. 풀카운트 승부. 문상철의 괴력이 발휘됐다. 바깥쪽 낮게 들어온 김영규의 슬라이더에 타이밍을 놓쳤지만 무릎을 굽히며 기술적으로 당겼다. 타구는 좌측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KT는 2회 배정대의 선제 투런포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도망가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4회와 6회 선두타자가 살아나갔지만 삼진과 병살로 득점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안했다.
그 찝찝한 느낌을 문상철이 지웠다. 시원한 쐐기포에 KT는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필승조들이 한결 여유있게 공을 뿌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다.
문상철은 이번 KT 가을야구의 '키 플레이어'였다. KT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강타자 강백호가 연습경기 도중 다쳤다. 옆구리 근육이 찢어졌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의 빈 자리를 메울 적임자로 문상철을 지목했다. 올시즌 112경기를 뛰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세자리 수 경기를 뛰었다. 시즌 초반 상승세가 엄청났다. 그 때도 강백호가 자리를 비웠을 때, 제 역할을 해줬다.
1차전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KT 타자들 누구도 NC 에이스 페디의 공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문상철이 KT의 자존심을 살리는 솔로홈런을 날렸다.
다만, 2차전은 문상철에게 악몽이었다. 첫 타석 2루타를 치며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지만, 2-3으로 뒤진 9회말 무사 1, 3루 찬스에서 스퀴즈 작전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했다. 1S 상황서 문상철의 번트가 파울 라인 밖으로 나가며 카운트 싸움에서 몰렸고, 3구 삼진을 당했다. 이 삼진 여파가 너무 컸다. 후속타자들이 삼진-뜬공으로 물러나며 KT는 동점도 만들지 못하고 허무한 한점 차 패배를 당했다.
팀이 홈에서 충격의 2연패를 당해 문상철도 마음이 무거웠을 터. 아픔을 3차전 쐐기포로 제대로 날려보냈다. 강백호의 공백을 완벽하게 지우고 있는 문상철과 함께 KT의 마법 같은 가을여정이 시작됐다.
창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