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 3루쪽 관중석을 가득 메운 KIA 팬들이 4회 대량 득점에 열광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9.6/
KIA 타이거즈 구단 공식 SNS 계정에 게시된 심재학 단장의 사과문.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팬들과 더 가까이서 만나기 위해 기획했던 행사가 '사과문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팬퍼스트'를 외치던 KIA 타이거즈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KIA는 지난 10월 30일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심재학 단장 이름으로 삭과문을 게시했다. 심재학 단장은 "팬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에 "지난 10월 28일 열렸던 '호랑이 가족 한마당' 행사에서 몇몇 선수들의 그릇된 언행에 대해 KIA 타이거즈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올 시즌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감사의 뜻을 담아 선수단과 팬들이 함께 하는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개최했는데 이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적절치 못한 언행을 하였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 KIA 타이거즈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며,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던 선수단 윤리 교육 등에 더욱 힘쓰고, 팬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IA 타이거즈를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사건'은 지난 10월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팬 행사에서 일어났다. '호랑이 가족 한마당'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IA 타이거즈의 팬 행사다. 정규 시즌 종료 후 홈 구장에 팬들을 초청해 선수들이 함께 게임과 장기자랑을 하고, 호흡하는 시간을 갖는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열린 행사에서 선수들이 팬들과 손을 맞대고 배웅하는 하이파이브를 도열해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팬들의 외모를 품평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왔고, 오해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커졌다.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심재학 단장, 김종국 감독.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8.17/
때문에 구단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심재학 단장 이름으로 사과를 한 것은 심 단장이 부임 당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팬퍼스트'이기 때문이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 5월 단장으로 부임했을때 "KIA는 팬이 많은 팀이다. '팬퍼스트'로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며 팬들에게 인정받는 야구단이 되는 것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팬들과 함께 하려고 기획한 행사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잡음이 일으나자 단장이 직접 사과를 한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도 해명에 나섰다. 일부 발언이 논란이 됐던 김석환은 자신의 SNS에 해명글을 업로드했다. "그날 행사에는 저의 지인들과 스승님도 참석하셨고, 그걸 아는 동료 선수의 '형 가족들 다 오시네요'라는 말에 내년에 결혼을 하게 된 제가 '다음 행사 때는 장모님도 오신다'고 대담했던 상황이었는데 그게 논란이 된 것 같다"면서 "'조만간 장모님 나오신다'라는 말은 절대 팬분들과 관련 없음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문제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동료와의 대화는 잠시 미뤄두고 팬분들 한분 한분께 더 집중했으면 이런 상황도 없었을텐데 이번 일을 통해 저 역시도 반성하고 되돌아보겠다. 늘 팬분들에게 감사하고 더 좋은 선수가 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고 사과했다.
이날 '뽀글머리' 가발까지 쓰고 팬들 앞에서 공연까지 펼쳤던 정해영 역시 SNS 계정에 장문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정해영의 경우 문제가 될만한 상황은 없었고, 평소 팬들 사이에서 팬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한 선수다. 하지만 정해영은 "하이파이브를 하던 도중에 '힘들어요'라는 말을 했다는 영상과 함께 올라온 글을 받았다. 그 영상을 받고 혹여나 논란을 더 크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고민 끝에 글을 올린다"면서 "작은 논란이라도 그게 팬분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생긴 논란이라면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제가 늘 진심으로 대했던 팬분들에게서 이런 논란이 생겼다는 것 자체고 너무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해영은 또 "제 말로 인해서 상처를 받으시거나 실망하신 분이 계시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 죄송하다. 하지만 저는 팬분들을 단 한순간도 진심으로 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KIA 구단도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과문에서 재발 방지와 선수단 교육을 약속한만큼 재차 강조, 또 강조할 것이다. 다만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아쉬움 속에 일부 팬들이 여전히 구단 운영, 경기 운영과 관련한 시위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팬서비스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련이 끊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