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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혼돈의 5회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NC가 8-1로 앞선 5회말 논란의 여지가 매우 많은 상황이 벌어졌다.
NC 선발 페디는 1사 후 KT 문상철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7구째가 볼로 판정되자 페디는 화들짝 놀랐다. 볼 판정에 불만을 품은 듯한 행동을 했다. 두 팔을 심판을 향해 뻗어 의문을 표했다. 이민호 주심은 바로 마스크를 벗고 마운드로 걸어갔다.
강인권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페디가 여기서 퇴장이라도 당한다면 NC에게는 재앙이었다. 강인권 감독은 페디가 아닌 이민호 심판원에게 다가가 상황을 진정시켰다. 강인권 감독은 파울라인을 넘어 다이아몬드 안으로 들어왔다.
사태가 진정되고 강인권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페디는 마운드로 돌아갔다. 김수경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이강철 감독 차례였다. 코칭스태프가 두 차례 파울라인을 넘었으니 페디는 당연히 교체돼야 한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이민호 주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경기를 속개했다. 페디는 6이닝 12탈삼진 1실점 호투하며 플레이오프 1차전의 승리투수가 됐다.
NC의 코칭스태프가 파울라인을 2차례 넘어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페디는 교체됐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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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독이나 코치가 추수에게 갔다가 투수판을 중심으로 18피트의 중간 장소(흔히 말하는 마운드)를 떠나면 한 번 간 것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장소를 파울 라인으로 대체한다.
2. 감독이나 코치가 한 회에 동일 투수에게 두 번째 가게 되면 그 투수는 자동적으로 경기에서 물러나야 한다.
3. 감독이나 코치는 동일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또 다시 그 투수에게 갈 수 없다.
4. 투수가 다쳤을 때 감독이 그 투수 곁에 가고 싶으면 심판원에게 허가를 요청할 수 있다. 허가가 나면 횟수에 계산되지 않는다.
5. 감독이나 코치가 파울 라인 근처까지 가서 투수에게 지시하였을 경우에 횟수로 계산한다. 그러나 투수에게 지시함이 없이 그대로 되돌아 왔을 경우에는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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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강인권 감독과 김수경 코치의 파울라인 침범은 모두 문상철에게 볼넷이 선언된 직후 차례로 이루어졌다. 다음 타자인 배정대 타석에 강인권 감독과 김수경 코치가 모두 파울라인을 넘었다. 위에서는 3번에 위배된다.
그러나 4번에 '심판원의 허가가 있을 경우' 강인권 감독의 방문은 제외될 수 있다. 실제로 중계 영상을 다시 보면 강인권 감독이 파울라인을 넘기 직전에 바닥을 가리키는 장면이 나온다. 허가를 득하는 모습으로 추측 가능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강인권 감독은 표면적으로는 심판을 말리러 뛰쳐 나갔지만 페디에게 진정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5번에 '투수에게 지시하였을 경우' 횟수로 계산한다는 조항에 걸린다. 강인권 감독은 심판을 막아선 뒤 페디를 향해 두 손바닥을 바닥으로 흔들며 흥분을 가라 앉히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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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주심이 이를 명확하게 캐치했다면 강인권 감독의 파울라인 침범을 마운드 방문 횟수로 카운트했어야 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3번에 따라서 김수경 코치가 마운드에 가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다.
요약하자면 강인권 감독은 심판에게 가는 척 하면서, 마운드 방문 횟수를 소진하지 않고, 영리하게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이민호 주심이 아주 보수적으로 규칙을 적용했다면 카운트가 올라가도 NC로서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물론 다음 장면은 페디 교체가 아닌, 김수경 코치의 마운드 방문을 제지하는 쪽로 이어졌어야 했다.
이강철 감독의 항의는 물론 정당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