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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야구판, 새삼 참 좁다. 돌고 돌면 결국 다 만난다. 조금은 어색할 수 있는 인연, 롯데에서 윈-윈으로 활짝 웃을까.
그 중 김 감독과 구승민의 만남이 이채로웠다. 구승민이 김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네는데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뭔가 어색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
그럴 만도 하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악연이 있다.
무려 4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4월. 잠실에서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김 감독은 당시 두산 감독이었고, 구승민은 롯데 불펜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었다. 구승민의 공에 두산 정수빈이 강타당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한 눈에 봐도 큰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 김태형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화가 났다. 김 감독이 구승민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그 장면을 본 롯데 양상문 감독이 흥분했다. 격한 항의를 하며 일촉즉발 상황이 됐다.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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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중계를 통해 방송된 입 모양을 연구한 팬들은 김 감독이 구승민에게 한 말을 복기해냈다. 웃지 못할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김 감독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부인했었지만 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롯데 공필성 코치에게 욕설을 한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구승민에게 한 욕설의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하며 사건은 봉합됐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돌고 돌아 김 감독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 때는 자신이 롯데 감독이 될 거란 걸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그 사이 구승민은 자이언츠의 가장 믿을 수 있는 필승조로 성장했다. 2020 시즌부터 올시즌까지 4년 연속 20개 이상의 홀드를 기록했다. 투수조장까지 맡았다.
이제는 서로 한 마음이 돼 똘똘 뭉쳐야 한다. 김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구승민의 활약이 필수다. 살 떨리는 7~8회 리드 상황을 구승민이 책임져줘야 한다. 롯데의 약점은 구승민 외 믿을 만한 필승조가 없다는 것이다. 구승민도 한 시즌만 분발하면 'FA 대박'을 기대해볼 수 있다. 김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이날 김 감독을 처음 대면한 구승민은 "웃는 얼굴이라 인상이 너무 좋으시다. 인사도 먼저 건네주시고, 기분 좋게 농담도 해주셨다"며 밝게 웃었다.
과거 악연을 쿨하게 잊은듯한 두 사람의 새로운 만남, 출발이 좋아 보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