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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악연'→ 돌고돌아 운명적 재회, 양팔 벌려 환영한 투수조장 '이제는 가장 믿을맨' "인상 너무 좋으시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3-10-25 00:20 | 최종수정 2023-10-25 07:21


'욕설 악연'→ 돌고돌아 운명적 재회, 양팔 벌려 환영한 투수조장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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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야구판, 새삼 참 좁다. 돌고 돌면 결국 다 만난다. 조금은 어색할 수 있는 인연, 롯데에서 윈-윈으로 활짝 웃을까.

이제 두산 베어스가 아닌, 롯데 자이언츠의 수장이 된 김태형 감독. 24일 부산에서 취임식을 하며 롯데 감독으로의 첫 행보를 시작했다. 김 감독은 이날 롯데 유니폼을 입고 "3년 안에 우승하겠다"며 강력한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취임식 현장에는 김 감독을 축하하기 위해 4명의 주요 선수가 참석했다. 전준우, 안치홍, 김원중, 구승민이 그 주인공. 전준우와 안치홍은 FA 신분이 될 예정이지만 최고참, 주장으로서 기꺼이 행사에 달려왔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마무리와 필승 불펜.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그 중 김 감독과 구승민의 만남이 이채로웠다. 구승민이 김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네는데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뭔가 어색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

그럴 만도 하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악연이 있다.

무려 4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4월. 잠실에서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김 감독은 당시 두산 감독이었고, 구승민은 롯데 불펜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었다. 구승민의 공에 두산 정수빈이 강타당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한 눈에 봐도 큰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 김태형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화가 났다. 김 감독이 구승민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그 장면을 본 롯데 양상문 감독이 흥분했다. 격한 항의를 하며 일촉즉발 상황이 됐다.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욕설 악연'→ 돌고돌아 운명적 재회, 양팔 벌려 환영한 투수조장 '이제…
2019 KBO 리그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8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8회말 정수빈의 몸에 맞는 복 상황에서 롯데 공필성 코치에게 어필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4.28/

'욕설 악연'→ 돌고돌아 운명적 재회, 양팔 벌려 환영한 투수조장 '이제…
2019 KBO 리그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8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양상문 감독이 8회말 정수빈의 몸쪽볼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의 발언에 대해 항의 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4.28/
김 감독은 상대에 거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원을 받았었다.

TV 중계를 통해 방송된 입 모양을 연구한 팬들은 김 감독이 구승민에게 한 말을 복기해냈다. 웃지 못할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김 감독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부인했었지만 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롯데 공필성 코치에게 욕설을 한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구승민에게 한 욕설의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하며 사건은 봉합됐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돌고 돌아 김 감독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 때는 자신이 롯데 감독이 될 거란 걸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그 사이 구승민은 자이언츠의 가장 믿을 수 있는 필승조로 성장했다. 2020 시즌부터 올시즌까지 4년 연속 20개 이상의 홀드를 기록했다. 투수조장까지 맡았다.

이제는 서로 한 마음이 돼 똘똘 뭉쳐야 한다. 김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구승민의 활약이 필수다. 살 떨리는 7~8회 리드 상황을 구승민이 책임져줘야 한다. 롯데의 약점은 구승민 외 믿을 만한 필승조가 없다는 것이다. 구승민도 한 시즌만 분발하면 'FA 대박'을 기대해볼 수 있다. 김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이날 김 감독을 처음 대면한 구승민은 "웃는 얼굴이라 인상이 너무 좋으시다. 인사도 먼저 건네주시고, 기분 좋게 농담도 해주셨다"며 밝게 웃었다.

과거 악연을 쿨하게 잊은듯한 두 사람의 새로운 만남, 출발이 좋아 보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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