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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0승 에이스' 에릭 페디가 1차전에 못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신 나온 투수가 더 무서웠다.
결과적으로 라인업 구성에 실패했다. 이날 SSG는 '톱타자' 추신수를 선발에서 제외했다. 상대 선발 투수인 신민혁에 약하다는 이유였다. 추신수는 올해 정규 시즌 신민혁을 상대로 6타수 1안타로 무진했다. 그 1안타는 솔로 홈런이었다.
대신 오태곤-박성한으로 '테이블 세터'를 꾸리고, 최지훈은 7번에 배치했다. 상대 전적을 감안한 것도 있지만, 정규 시즌 막판 SSG가 유지해온 라인업과 흐름이 같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 사실 신민혁 상대 전적은 오태곤, 박성한도 좋지 않다. 오태곤은 5타수 무안타, 박성한은 4타수 1안타였다. 오히려 최지훈이 5타수 3안타로 신민혁에게 강했지만 SSG 벤치는 정규 시즌 막판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타자들에게 중책을 맡긴 셈이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공격력이 나오지 못했다. 신민혁을 무너뜨릴 찬스는 여러번 있었다. 3회 최지훈이 양팀 통틀어 첫 안타를 친 후 무사 1,2루. 하지만 오태곤과 박성한이 찬스에서 침묵했다. 4회 무사 1,2루에서도 3연속 범타. 5회 선두타자 볼넷 출루에도 3연속 범타. 치명적이었다. 결국 흐름을 NC에게 뺏긴 대목이다.
사실 SSG는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하면서도, 신민혁 송명기 같은 NC의 젊은 선발 투수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상대 전적으로는 읽히지 않는, 직접 경기를 치러본 입장에서 느끼는 까다로움이었다. 시리즈 전 SSG 관계자들은 "페디도 무서운 투수지만, 사실 신민혁 같은 투수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우리가 유독 제대로 못치는 느낌이 있다"고 우려했고, 그 우려가 1차전에서는 현실이 됐다.
1차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엘리아스가 '인생투'를 펼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는 신민혁의 기세였다. 엘리아스가 빠른 투구 템포로 NC 타자들을 윽박지르자, 신민혁도 보란듯이 SSG 타자들과 템포 싸움을 펼쳤다. 5회초 선두타자였던 김성현과의 승부에서는 타자가 초구를 앞두고 타석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투구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신민혁의 대담한 자신감이 엿보였고, SSG 타자들은 젊은 투수와의 기싸움에서 오히려 밀려 경기가 '말리고' 말았다.
그나마 희망을 본 것은 8,9회 NC 주요 불펜들을 상대로 점수를 냈고, 타자들의 컨디션 자체는 나쁘지 않아보였다는 사실이다. 결국 뚫어야 산다. SS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세밀한 타선 운용이 필요하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