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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전반기에만 11승을 거뒀던 투수가 이렇게 한국과 인연이 끝나나. 외국인 투수들의 메디컬 체크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은 어떻게 봐야 할까.
문제는 올스타 브레이크 시작 직전부터였다. 휴식 차원이었지만 플럿코의 부상과 코로나19 감염 등이 겹치면서 후반기 등판 일정이 점점 미뤄졌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7월 25일 등판 후 다시 한 차례 쉬고 8월 중순에 복귀한 플럿코는 3경기에 등판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8월 26일 NC 다이노스전(4이닝 1실점) 이후 정규 시즌 등판이 끝났다.
골반 타박상이 발견된 이후 차일피일 시간이 미뤄졌고 결국 플럿코와는 이대로 작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럿코는 현재 캐치볼도 하지 않고 있고, 실전 공백도 너무 길다. LG 구단은 한국시리즈 등판도 힘든 플럿코와 논의해 결별하는 쪽으로 가닥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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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개막 이후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어깨 통증으로 퇴출된 전 SSG 랜더스 투수 에니 로메로의 경우, 플럿코와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흐름이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등판 도중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이후 차도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홀로 떠나 자신의 주치의에게 상태를 체크한 후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SSG가 로메로를 영입할때 한국, 미국, 도미니카공화국(로메로의 고국)까지 여러 나라 전문가들의 의학적 소견을 듣고 계약을 결정했었다.
물론 선수는 자신의 몸을 누구보다 스스로 챙겨야 한다. 몸 상태가 곧 '몸값'으로 직결되는만큼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의료 수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그간 플럿코 외에도 국내 의료진 진단 결과와 미국 등 자신의 개인 주치의 소견 차이로 인해 구단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은 외국인 선수 사례가 종종 있었다. 구단들도 선수와 갈등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쉬쉬'하고, 적당한 이유로 결장 소식을 포장한다. 그렇지만 플럿코처럼 '에이스'급 투수가 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외국인 선수 계약 할때 명시 조건이나 옵션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쉽지는 않지만 어느정도의 안전 장치는 필요해 보인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