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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멘탈은 확실하게 '국대급'
이의리의 최근 3경기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승 뿐이지만 18이닝 동안 2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NC 다이노스전 7이닝 무실점, KT 위즈전 5⅓이닝 1실점에 이어 삼성전까지 기세가 이어졌다.
선발투수가 3연속 호투한 게 뭐 대단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의리에겐 사연이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발탁됐고, 대표팀이 소집되기 하루 전 탈락했다. 손가락 물집 부상 여파로 지난달 21일 한화 이글스전 1⅓이닝 5실점(4자책점) 부진한 게 결정타였다.
그리고 동료들이 금메달을 땄다. 야구계로서는 기쁜 일이지만, 이의리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 자리에 없다는 것에 깊은 절망감을 느꼈을 수 있다. 대놓고 언급하기는 힘들겠지만, 프로 선수에게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병역 혜택이 동료 선수들에게 주어졌다. 여기에 더 충격적인 건, 자신과 같은 부상이라는 이유로 한 타석, 한 이닝도 소화하지 않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왜 자신에게만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느냐고 생각한다면,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삼성전 호투는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엔트리 탈락 때보다 더 감정적으로 동요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묵묵하게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강력한 구위에 비해 제구 난조 약점이 있어 '새가슴' 평가도 받았는데, 이렇게 보니 이의리는 누구보다 강한 멘탈을 갖고 있는 선수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