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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현역 투수들 가운데 지금까지의 기록으로 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입성 예상자는 4명이다.
지금 HOF 기자단 투표를 실시한다면 4면 중 득표율 1,2위를 다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커쇼는 결정적인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39경기(선발 32경기)에 등판해 13승13패, ERA 4.49, 213탈삼진, WHIP 1.11을 기록했다. 가을야구 ERA가 4명 가운데 가장 나쁘다. 포스트시즌 통산 ERA는 정규시즌의 그것(2.48)보다 2.01이나 높다. 퀄리티스타트(QS)는 16경기로 딱 절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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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은 커쇼 일생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경기로 남을 듯하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처음으로 1회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커쇼에게 포스트시즌 1선발을 맡겼다. 영건 파이어볼러 바비 밀러보다는 커쇼의 경륜과 시즌 막판 컨디션을 믿었기 때문이다. 커쇼는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8월 이후 2개월 동안 8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23, WHIP 1.10, 피안타율 0.189를 기록했다.
특히 8경기 모두 5일 이상의 휴식을 취한 뒤 등판했고, 최대 5⅓이닝을 넘기지 않았다. 즉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스태미나도 충분히 비축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8타자를 상대해 아웃카운트 1개만을 잡고 6안타 1볼넷을 내주고 6실점했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첫 아웃카운트를 신고하기 전 5안타로 5실점한 투수는 커쇼가 처음이다. 또 포스트시즌 역사상 아웃카운트 1개 이하를 잡는 동안 6실점 이상을 한 것은 커쇼가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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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는 "컨디션은 좋았다. 하지만 충분히 좋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 몸과는 상관없었다. 그냥 투구를 못한 것이었다"고 했다.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부상이라면 아예 등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심리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하는데, 커쇼와 같은 승부사가 '부담감' 때문에 못 던진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메이저리그 지도자 연수를 다녀온 한 인사는 "메이저리그도 쿠세(특정 버릇)를 찾아낸다. 그게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정규시즌에서는 거의 하지 않지만, 포스트시즌서는 곧잘 활용하는 팀들이 있다"고 했다. 커쇼가 간파당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날 벌랜더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6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매우 대조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