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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3연패 끊은 4.2이닝 호투에도 웃지 못한 KT 이선우 "찬호형께 너무 죄송"[수원 인터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10-04 22:49 | 최종수정 2023-10-04 22:50


팀 3연패 끊은 4.2이닝 호투에도 웃지 못한 KT 이선우 "찬호형께 너…
2023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이선우가 KIA 박찬호를 향해 미안한 마음을 표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10.04/

[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4⅔이닝 역투와 팀의 3연패 탈출, 스스로 만족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밤이었지만 KT 위즈 이선우(23)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이선우는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7안타(1홈런) 1볼넷(1사구) 2탈삼진 2실점했다. 팀이 3-2로 앞서던 5회초 1사 1,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구원 등판한 이상동이 동점 허용 없이 아웃카운트를 채웠고, KT는 리드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아웃카운트 1개를 채우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법했던 이선우였다.


팀 3연패 끊은 4.2이닝 호투에도 웃지 못한 KT 이선우 "찬호형께 너…
2023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5회초 1사 KIA 박찬호가 투구에 맞은 뒤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10.04/
하지만 경기 후 이선우의 마음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5회초 1사후 자신의 공에 왼쪽 손등을 맞은 KIA 박찬호(28)의 소식을 접했기 때문. 사구 후 1루를 밟은 뒤 교체돼 병원으로 이동한 박찬호는 엑스레이 검진 결과 왼쪽 척골 분쇄골절 판정을 받았다. 5일 서울에서 2차 검진을 앞두고 있으나, 검진 결과대로 소견이 나온다면 이대로 정규시즌 일정을 마감할 처지에 놓였다.

이선우는 경기 후 구단 관계자를 통해 KIA 더그아웃을 찾아 박찬호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더블헤더 2차전 패배와 박찬호의 부상 소식 속에 침체된 KIA 선수단을 찾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팀 3연패 끊은 4.2이닝 호투에도 웃지 못한 KT 이선우 "찬호형께 너…
2023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5회초 1사 KIA 박찬호가 투구에 맞은 뒤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10.04/
사구 후 한참 동안 모자를 벗은 채 박찬호를 바라보다 목례를 건넸던 이선우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많이 아파하시는 것 같아서 많이 당황스러웠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선우는 "일단 팀이 이겨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매 경기 배운다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는데, 내용과 결과가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1차전에서 패해 많이 긴장했지만, 최대한 빨리 타자랑 상대하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복기했다. 그러면서 "사구 뒤 볼넷 등 위기 상황이 이어지면서 마운드를 내려오게 됐는데, 앞으로 사4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 했다.

유신고 출신인 이선우는 고교 시절까지 이웅진이라는 이름을 달고 뛰었다. 고3 때 이선우로 개명한 뒤 2019 KBO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KT 지명을 받았다. 이선우는 "'착하고 크게 크라'는 뜻으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고3 봉황대기 때부터 바뀐 이름을 달고 뛰었다"며 "(이름을 바꾼 뒤) 야구적으론 잘 풀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 시즌 전까지 1군 6경기 등판이 전부였던 이선우는 선발-불펜을 오가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선우는 "작년에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1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렇게 많은 기회를 얻게 될 줄은 몰랐다. 모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 한다는 생각으로 던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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