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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좀 가져다 주시면…" 안방마님의 세심함, 가을 벼랑 끝 위기의 호랑이 '원팀' 묶었다[수원 비하인드]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10-04 08:27


"그것 좀 가져다 주시면…" 안방마님의 세심함, 가을 벼랑 끝 위기의 호…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유니폼 좀 가져다 주시면 안돼요?"

지난달 26일. 창원 원정을 준비하던 KIA 관계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포수 김태군(34)으로부터 걸려온 것. 김태군이 요청한 것은 '유니폼'이었다. KIA는 이날부터 고척→인천→수원→잠실로 이어지는 원정 12연전을 치르는 일정. 긴 바깥 생활을 앞두고 산전수전 다 겪은 김태군이 자신의 유니폼을 챙기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가 요청한 유니폼은 다름 아닌 최근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최형우(40) 나성범(34)의 것이었다. 김태군은 선수단에 '두 선수 유니폼을 라커룸과 더그아웃에 걸어놓고 잔여 경기를 치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만장일치 찬성을 얻었다. KIA는 "선수단이 두 선수와 끝까지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것 좀 가져다 주시면…" 안방마님의 세심함, 가을 벼랑 끝 위기의 호…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다. KIA 김태군이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1/
당시 KIA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나성범에 이어 맏형인 최형우까지 다쳤다. 주장 김선빈은 "(최)형우 형이 진짜 크게 다치는 선수가 아니다. 그 형이 구급차를 타는 걸 보고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왠만해선 그렇게 안한다"고 돌아봤다. 이어 "형우형과 (나)성범이가 부상으로 빠지고 나서 팀 분위기가 처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창원에서 '주축 선수들이 빠져도 우리가 해야 한다. 포기하면 아쉽지 않겠나'라는 메시지를 선수들에 전했다"며 "이런 가운데 (김)태군이가 유니폼을 걸어놓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다들 좋다고 했다. 가을야구까지 두 유니폼이 걸려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것 좀 가져다 주시면…" 안방마님의 세심함, 가을 벼랑 끝 위기의 호…
2023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가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IA 김선빈이 안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10.03/
유니폼 효과 탓일까. KIA는 두 선수가 빠진 뒤 치른 8경기에서 4승4패로 여전히 5강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연휴 기간 SSG에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했으나, KT 위즈를 제압하면서 연패를 끊고 다시금 승차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5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는 2.5경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SSG보다 2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마지막 맞대결(10일 광주)도 기다리고 있어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게 KIA의 시선이다. 김종국 감독 역시 "남은 경기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른다. 기회가 올 것"이라고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 좀 가져다 주시면…" 안방마님의 세심함, 가을 벼랑 끝 위기의 호…
2023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가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9회초 무사 2루 KIA 김선빈 안타 때 김도영이 역전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10.03/
'원팀'은 위기의 순간을 헤쳐 나아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다시 하나로 뭉친 호랑이 군단이 과연 2년 연속 가을야구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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