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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살았지?" 황당 오심, '추월' 당사자가 돌아본 '그 순간'…선수들도 어리둥절 [항저우초점]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10-01 23:49 | 최종수정 2023-10-02 00:05


"내가 왜 살았지?" 황당 오심, '추월' 당사자가 돌아본 '그 순간'……
인터뷰에 임한 노시환. 김영록 기자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다시 (1루로)돌아오라는 거에요. 난 이미 (선행주자를)추월해서 아웃이 됐는데."

명색이 국제대회, 아시아 최고의 종합대회다. 프로리그가 없는 나라라지만, 심판이 야구 규칙을 모르다니.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샤오싱 야구문화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B조 첫경기 홍콩전에서 10대0, 8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했다.

양 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특히 세계랭킹 45위, '야구 약소국' 홍콩 선수들의 투지가 대단했다. 강렬한 집중력이 때론 의외의 슈퍼캐치까지 만들어냈다. 한국 타자들은 홍콩의 느린 공에 고전했다. 그래도 기어코 콜드게임을 만들어냈다.선발 원태인을 비롯해 한국 투수들도 실점없이 자신의 구위를 마음껏 뽐냈다.


"내가 왜 살았지?" 황당 오심, '추월' 당사자가 돌아본 '그 순간'……
연합뉴스
그 모든 것을 심판이 망쳐버렸다. 이닝이 '3'회라서였을까. 이미 죽어버린 주자가 기적처럼 부활했다. 다행히 후속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망정이지, 만약 거기서 한국 타선이 폭발하기라도 했다면 이기고도 한결 찝찝할 뻔했다.

한국은 3회말 홍콩의 2번째 투수 리호츠를 상대로 무사 1,2루의 찬스를 잡았다. 4번타자 강백호는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여기서 홍콩 우익수가 몸을 날렸다. 강백호의 타구는 기적처럼 그의 글러브로 빨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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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원바운드 처리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현장 상황상 비디오 판독이 없다.


1루주자 노시환은 안타를 확신했다. 너무 멀리, 빠르게 갔다. 타구가 잡힐까봐 멈칫거리던 최지훈은 노시환을 보며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야구 규칙상 '후위주자가 아웃되지 않은 선행주자를 앞질렀을 경우 후위주자가 아웃'되기 때문이다. 이 망설임은 삼중살(트리플 플레이)로 이어졌다.

그런데 심판의 대응이 이상했다. 심판은 2아웃을 선언한 뒤, 최지훈을 불러 1루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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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 첫 타자로 등장해 한방에 2루로 갔던 최지훈을 1루에 재배치한 것. 이어 이종열 1루 코치는 심판들과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윽고 심판은 최지훈 대신 노시환을 1루로 불러냈다.

하지만 이 또한 홍콩 입장에선 억울한 판정이다. 홍콩 측에겐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노시환은 1루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홍콩 선수들은 2루에서 최지훈을 포스아웃 시킨 뒤 1루에도 공을 던져 확실히 베이스를 밟았다. 추월과 무관하게 무조건 삼중살이었다. 한국으로선 다행히도 다음 타자 문보경이 아웃됐다.

경기 후 만난 노시환은 "우익수랑 공이랑 엄청 멀어보였다. 타구 스피드도 빨라서 홈에 들어갈 생각만 하고 앞만 보고 달렸다. 경기가 잘 안풀리다보니까 무리한 플레이가 나온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최)지훈이 형이 내 옆에 있더라. 형도 내가 아웃될까봐 기다려주다가 2루에서 늦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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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나중에 다시 1루에 부르더라. 의아했다. 번복을 했는데 왜 내가 1루에서 시작하는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이해가 안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은 7회까지 3-0으로 앞서는데 그쳤지만, 8회 대거 7득점을 따내며 기어코 10대0 8회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노시환은 "초반에는 좀 안 풀렸다. 너무 공이 느리다보니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해서 기분좋게 이겼다. 대만전까지 이 좋은 흐름으로 승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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