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박찬호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15/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더 높은 곳을 향하던 시선, 이젠 낭떠러지 추락을 걱정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행보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4연패를 당하면서 5위로 추락했다. 6위 SSG 랜더스와 0.5경기차. 이젠 가을야구 마지노선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불과 1주일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승리하면서 9연승에 성공한 KIA는 7~8일 2연패로 부진했으나, 9~10일 광주 LG전에서 3연승을 기록하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대10으로 패한 뒤 13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어 15, 17일 광주 두산전에서 각각 덜미를 잡히면서 분위기가 처졌다.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경기, 5회초 KIA 박찬호가 내야땅볼을 치고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아웃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12/
박찬호의 이탈이 뼈아프게 작용하고 있다. 리드오프이자 유격수인 박찬호는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쳤다. 검진 결과 왼쪽 4번째 손가락 인대손상으로 3주 재활 소견을 받았다. KIA는 박찬호를 1군 엔트리에 남겨둔 채 대주자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찬호가 비운 리드오프-유격수 자리는 김도영이 맡도록 했다. 그러나 박찬호가 빠진 뒤 김도영이 13타석 동안 무안타에 그치면서 부담감을 고스란히 안는 모양새다. 이런 타격 부진의 흐름이 수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리드오프 부진은 팀 타선 전체의 역동성 저하로 이어지면서 KIA가 지난 주까지 보여주던 화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비 면에서도 김도영이 3루를 비우면서 생긴 코너 공백이 내야 전반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
17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6회초 KIA 유격수 김도영이 두산 박준영의 땅볼때 실책을 범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17/
당장 KIA가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 김선빈을 유격수 자리에 활용할 수는 있으나, 올 시즌 내내 발목 잔부상을 달고 있는 상황에서 체력적 부담을 더하는 악재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 김규성 최정용 역시 키스톤 자리에서 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코너 자원인 황대인 변우혁도 올 시즌 기대만큼의 활약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박찬호가 돌아오기 전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지만, 최근 경기력은 이런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17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3회말 1사 2루 KIA 최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17/
일정도 쉽지 않다. KIA는 18일 광주 두산전부터 24일 광주 KT 위즈전까지 7연전을 소화한다. 25일 하루를 쉰 뒤 26~28일 창원에서 NC 다이노스와 더블헤더 포함 4연전을 치르고, 29일 고척으로 이동해 키움 히어로즈전을 거쳐 인천에서 SSG 랜더스와 2연전을 갖는다. 살인적인 일정 속에 체력적 부담 가중은 불가피해 보이고, 박찬호의 공백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KIA의 2년 연속 가을야구행 목표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