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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그래도 류현진인데 자존심 살려줬어야 하나, 목숨 거는 경기에서 당연한 선택인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기분이 묘한 하루였을 것 같다. 많이 얻어맞았어도 무실점인데, 승리 요건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자신을 내렸다. 신인급 선수도 아니고, 8000만달러(약 1060억원) 계약을 체결한 에이스급 투수에게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 복귀 후 꾸준했다. 복귀전만 불안했지, 이후 계속해서 5이닝 2실점 정도의 피칭을 이어왔다. 직전 텍사스전에서는 패전이었지만,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까지 기록했다. 류현진이 난타를 당하고, 대량실점을 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날 보스턴전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수비의 도움, 그리고 류현진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이 발휘돼 실점은 없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운이 좋은 상황이 계속 연출됐다고 봐야 했다. 4⅔이닝 동안 안타 6개를 얻어맞고, 볼넷도 2개를 내줬다. 매이닝 위기였다. 무사 2, 3루 위기도 있었다. 점수를 주지 않은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로 류현진의 투구는 '불안불안'했다.
그리고 운명의 5회. 토론토가 1-0으로 앞서고 있었기에 이 이닝만 막으면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토론토 존 슈나이더 감독은 2사 1, 2루 상황서 류현진을 내렸다. 투구수 83개를 기록중이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감독의 냉정한 결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류현진은 경기 내내 불안했고, 수술 복귀 후 구위가 떨어져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기 운영과 제구로 승부를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투구수까지 늘어나니, 몰리면 한 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슈나이더 감독은 느꼈을 것이다.
팀 순위와 관계 없는 경기라면 류현진을 그대로 뒀을 수도 있겠지만, 토론토는 목숨 걸고 하는 경기였기에 슈나이더 감독이 잔인하지만, 냉철하게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커리어를 자랑하는 '관록의 에이스'다. 보통 감독들이 이런 에이스급 투수를 승리 요건 앞에서 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선수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향후 신뢰 문제 등을 고려해 이런 판단은 매우 신중하게 한다. 아무래도 류현진의 실전 복귀가 얼마 되지 않았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듯 보인다.
결과론적으로 류현진이 5이닝을 막았더라도, 9회 동점이 됐기에 승리는 날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어찌됐든 팀은 이겼다. 야구에 정답은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