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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위기에 빛나야 스타다. 9월 들어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캡틴'의 한방이 팀을 구했다.
경기전 만난 박진만 삼성 감독은 구자욱을 향후 좌익수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단기적인 포지션 조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플랜이다. 삼성은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3루 더그아웃을 쓰는 만큼 좌익수로 뛸 경우 체력에도 도움이 되고,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하라는 배려도 더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부진을 벗고 올해 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 모두 리그 톱5에 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번 결정에는 올해 타격에 눈을 뜬 김성윤의 활약이 도움이 됐다. 1m64 단신이지만 주자를 억제하는 강한 어깨도 지닌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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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가 사령탑이 기대한 만큼의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끈 하루였다. 선발 와이드너는 승리는 올리지 못했지만 5⅓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으로 역투했고, 이승현 이재익 김태후으로 이어진 불펜이 롯데의 반격을 철통처럼 막아섰다.
선취점은 삼성이 따냈다. 2회초 강민호의 볼넷과 피렐라의 안타, 그리고 롯데 유격수 구드럼의 실책이 이어지며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고, 1사 후 이재현의 희생플라이 강민호가 홈을 밟았다. 추가점을 따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이후 3~4회 잇따라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갔지만 점수와는 연결짓지 못했다.
수비에선 심판과 대립한 순간이 있었다. 1-0으로 앞선 4회말 1사 1루, 와이드너의 공이 유강남의 손에 맞았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사구는 아니고 스윙이다. 유강남의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주심은 사구를 선언했다. 유강남의 스윙이 아니라 공에 맞는 과정에서 몸에 맞았다고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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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불안한 리드는 6회말 뒤집어졌다. 선두타자 정훈이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쳤던 이정훈이 다시 우익선상 1타점 2루타를 때려내 동점을 이뤘다. 이어 안치홍의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3루에서 전준우의 땅볼 때 이정훈이 홈을 밟았다.
롯데 선발 나균안은 6회까지 4안타 1실점 삼진 8개, 투구수 115개로 역투한 뒤 교체됐다. 하지만 삼성은 7회초 롯데의 두번째 투수 최준용을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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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오른 삼성은 8회초에도 롯데 김진욱의 난조를 틈타 4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1사 후 류지혁이 우중간 안타를 쳤고, 상대 수비의 약점을 파고들어 2루까지 밟았다. 김진욱은 이재현 김지찬 김현준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하나, 헛스윙 하나, 볼 12개를 던지며 밀어내기를 허용한 뒤 교체됐다.
이어 진승현에게도 구자욱이 밀어내기, 강민호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7-2를 만들었다.
마운드 역시 와이드너가 남긴 주자를 이승현이 깔끔하게 처리했고, 이재익 김태훈 오승환이 롯데 타선을 꽁꽁 묶으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울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