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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고춧가루도 이런 고춧가루가 없다. 키움 히어로즈가 욱일승천하던 KT 위즈의 기세를 꺾어놓았다.
이정후-안우진이라는 KBO리그 투타 넘버원을 보유한 팀으로 주목받았다. 이정후가 떠나기전 창단 첫 우승을 꿈꾸며 FA까지 영입하는 등 공들인 투자에도 나섰다.
하지만 FA로 영입한 원종현은 부상, 이형종은 부진했다. 여기에 이정후와 안우진이 시즌 도중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비운까지 겹쳤다. 국내 유일의 돔구장을 쓰는 팀의 특성상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 '10년간 가을야구 9번'을 논하던 자신감은 꼴찌 위기까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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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의 주말 시리즈 스윕은 사령탑의 결연한 속내가 선수단에게 전해진 결과일까. 장재영-고영표, 김선기-배제성이라는 선발 매치업의 열세를 이겨내며 잇따라 승리를 따냈다.
이날 선발 후라도 역시 환상적인 투구로 KT 타선을 농락했다. 최고 149㎞ 직구에 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섞은 피칭에 KT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후라도는 7회 2사까지 볼넷 1개(황재균)을 내줬을 뿐, 안타 하나 없이 아웃카운트 20개를 잇따라 낚아올렸다. 삼진 8개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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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후라도가 내려가자마자 윤석원을 상대로 박병호 안치영이 연속 안타를 때렸지만, 점수와는 연결짓지 못했다.
반면 키움 타선은 1180일만에 선발등판한 KT 김민을 상대로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3회말 임병욱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 알포드 앞에서 떨어지는 안타가 됐고, 발빠르게 2루까지 밟았다. KT 수비진은 김수환의 우익수 쪽 안타성 타구, 김태진의 2루 옆쪽 강습 타구를 잇따라 막아냈지만, 결국 2사 만루에서 도슨에게 3유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도슨은 현란한 스텝이 돋보이는 세리머니로 흥을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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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은 6회말에도 김수환 김시앙 김태진 김혜성의 4연속 안타로 1점을 추가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추가점을 내는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승리를 확정짓기엔 충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5회 박경수를 시작으로 6회 황재균 김민혁, 7회 배정대 등 베테랑들을 차례로 교체하며 분위기를 바꾸고자 노력했지만 효력은 없었다. 키움은 8회 하영민 9회 김성진을 투입, KT 타선을 걸어잠그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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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