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부산 스케치]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3-09-03 01:19 | 최종수정 2023-09-03 08:31


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
비가 내리는 가운데 회복 훈련을 소화한 윌커슨과 김현욱 투수 코치.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부산=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113구 10K로 팀의 7연패를 끊은 외국인 투수. 다음 날 빗속에서 정해진 루틴을 어김없이 소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 한 투수코치. 게다가 자신은 가지지 못한 '그것'이 부러웠는데…

주말 열릴 예정이던 두산-롯데전이 이틀 연속 우천으로 취소됐다. 1일에는 그라운드 곳곳이 빗물에 잠겨 아예 경기할 엄두도 못 냈다. 2일에는 오후 들어 잠깐 비가 그치며 팬들을 사직구장으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가 경기 시작을 앞두고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경기 감독관은 이날 경기를 월요일로 순연시켰다.


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
1일 부산 사직구장 외야는 곳곳이 물에 잠겼다.

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
빗 속에서 캐치볼을 소화하는 윌커슨의 모습을 지켜본 김현욱 코치. 머리숱 적은 김 코치가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훈련용 콘을 머리에 쓴 모습.
한편, 롯데는 8월 31일 한화전에서 승리하며 7연패에서 탈출했다.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의 공이 컸다. 윌커슨은 6회까지 113구를 던지며 10탈삼진 5피안타 1사구 2실점(무자책)의 역투로 팀의 5대2 승리를 견인했다.

자칫 무리가 갈 수도 있는 113구의 공을 던진 윌커슨이 다음 날인 1일 회복 훈련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정해진 루틴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김현욱 투수코치도 함께 나와 윌커슨의 캐치볼을 지켜봤다.

김 코치는 "윌커슨은 자신만의 루틴이 분명한 선수다. 어제 그렇게 많이 던졌는데도, 어김없이 정해진 훈련을 소화한다"며 대견스러워했다.

윌커슨은 약 30개의 캐치볼을 소화한 후 자신의 공을 받아 준 스태프를 향해 정확한 발음으로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상태가 어떤지를 묻는 김 코치를 향해서도 "오케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
캐치볼을 마친 후 스태프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윌커슨

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
김 코치를 향해서도 아무 문제 없다며 안심 시켰다.
훈련이 끝난 후 윌커슨이 모자를 벗자, 풍성한 긴 머리가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멋있게 찰랑거렸다. 김 코치는 윌커슨의 머릿결을 만져 보며 부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970년생 53세 김현욱 코치와 1989년생 34세 윌커슨의 나이 차가 빚어낸 청춘 예찬이다.(영상 참조)


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
연예인처럼 찰랑거리는 윌커슨의 머릿결을 만지며 부러움 감추지 못하는 김 코치 '머릿결이 예술인데'

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
'난 머리숱이 적어서' 롯데 투수 코치 이전에 독종 트레이팅 코치로 명성 자자했던 김현욱 코치. 삼성 왕조시절 김현욱 코치의 훈련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스트레일리를 대체한 윌커슨은 7월 26일 데뷔한 후 7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 중이다. 7경기 중 퀄리티 스타트도 5번을 기록했다. 덕분에 윌커슨이 등판한 경기에서 롯데는 5승을 거뒀다.

후반기 반등에 성공한 좌승사자 반즈와 함께 윌커슨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마운드. 롯데가 5강 희망을 아직 버릴 수 없는 이유다. 롯데는 두 외국인 투수를 4일 휴식 로테이션으로 이미 돌렸다.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며 믿음을 주고 있는 윌커슨이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역투한 윌커슨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 대전=정재근 기자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