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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팀도 개인도 갈 길 바쁜 상황. 하늘이 돕지 않았다.
2회까지 9타자를 상대로 43구를 던지며 3안타 2탈삼진 무실점 순항중이었다. 하지만 또 한번 불운이 찾아왔다.
0-0이던 2회말 삼성 공격을 마친 직후 굵어진 비로 3회초 마운드에 오르기 직전, 오후 5시49분 경기가 우천 중단됐다. 기다림은 무려 88분간 이어졌다.
난데 없는 불펜데이. 우여곡절 끝에 3경기 연속 강제 불펜데이를 치른 삼성은 선발 우세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1대5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2주 사이 두번째 우천 중단 조기 강판. 마치 13일 전 경기의 데자뷔 같던 기시감이었다.
원태인은 지난달 20일 대구 KIA전에서도 선발 등판, 3회초 첫 타자 김태군에게 공을 던지기 직전 우천으로 중단됐다. 이 당시에도 같은 라이온즈파크에 0-0이었고, 3회초 시작 직전이었으며, 88분 간 중단된 뒤 속개됐다. 기묘한 데자뷔. 원태인과 삼성에는 불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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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88분 후 속개된 경기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라 1타자를 의무 상대해야 했다.
원태인은 선두 타자 김태군에게 90㎞대 변화구 3개로 투수땅볼을 유도한 뒤 마운드를 김대우에게 넘겼다. 식어버린 팔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감속이었다. 결과도 달랐다. 불펜투수들이 힘을 내 삼성은 6대4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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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KIA 선발 황동하나, 2일 NC 선발 이재학은 88분의 공백에도 3회말부터 다시 나와 선발 임무를 완수했다는 점이다.
왜 원태인만 속개된 경기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을까.
삼성 박진만 감독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박 감독은 "원래 던질 수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다시 웜업을 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예전에 태인이에게 그런 상황이 있었는데 우천 중단 후 계속 이어 던지다가 부상이 왔었다고 하더라. 따뜻하게 몸을 만들고 다시 던져야 하는데 부상 염려 때문에 선수 보호 차원에서 내리게 됐다. 본인도 그런 부분이 있어서 스태프와 상의를 통해 (더 이상 안던지는 걸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1시간 이상 우천 중단 후 재등판은 2경기를 이어던지는 것 처럼 투수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식었던 어깨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던져야 한다. 긴 우천중단 후 재개된 경기에 이어 던졌다면 가급적 짧게 던지게 하거나, 그 다음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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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재학도 5회까지만 던졌다. 2-1 박빙의 리드에 82구로 1이닝 정도 더 갈 수 있었지만 무리시키지 않았다.
불펜진이 4이닝을 이어던지며 무실점으로 잘 막고, 타선이 후반 3점을 더 보태 이재학은 시즌 3승(2패)과 함께 개인 통산 80승 고지를 밟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