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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1회말 두산 베어스 1번 타자 정수빈(33)이 상대 선발투수 최채흥이 던진 가운데 높은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펜스 너머로 날렸다. 올 시즌 첫 홈런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때려 기선을 제압했다.
이들은 두산에서 출발해, 두산에서만 뛰고 있다. 중견수 정수빈과 3루수 허경민은 2021년 시즌에 앞서 각각 6년-56억원, 7년-85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유격수 김재호는 2017년 4년-50억원 1차 FA 계약을 거쳐, 2021년 시즌을 앞두고 3년-25억원에 사인했다.
이날 두산 타선엔 FA 선수가 한명 더 있었다. 6번-좌익수로 출전한 김재환이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1회 2루수 땅볼을 치고, 4,5회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선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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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첫해인 지난해 128경기에서 2할4푼8리(448타수 111안타), 23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평균 타율 3할4리, 188홈런, 678타점을 기록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런데 올해에 비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8일 현재 시즌 타율 2할2푼4리, 65안타, 8홈런, 33타점. 부진이 고착되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경기가 나온다. 지난 주말 KT 위즈와 3연전 중에 2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8월 2일 한화전엔 6번으로 나서 삼진 3개를 당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부진이다. 지금까지 두산은 FA 계약에 관한한 실패를 모르는 팀이었다. 면밀하게 효용성을 따지고 미래 가치를 평가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 지난 겨울 4+2년, 총액 152억원을 투입해 복귀시킨 36세 베테랑 포수 양의지는 타율 3할2푼3리, 9홈런, 44타점을 기록중이다.
현 시점에서 김재환이 두산의 거의 유일한 FA 계약 실패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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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계약 초반에 부진하다가, 재계약을 앞둔 시즌에 성적이 올라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FA 계약이라는 일생일대 목표를 이룬 후의 허탈감, 이로 인해 동력을 상실했다는 이야기다. 일종의 번아웃이다.
예비 FA들은 엄청난 심적 압박속에서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웬만한 부상은 숨기고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흔하다. 이에 따른 후유증이 없을 수가 없다. 최상의 몸 상태로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거나,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30대 중반 나이에 따른 '에이징 커브(Aging Curve)'도 의심이 간다. 1988년 생인 김재환은 올해 35세다. 분명히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나이는 살짝 지났다. 그렇다고 체력저하로 인해 급격하게 무너질 정도의 연령대는 아니다. 다만 선수마다 편차가 있다는 걸 감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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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떨어지고, 실패가 쌓이면 심적 부담이 커진다. 자신감을 상실해 경기력이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가장 답답한 건 이승엽 감독(47)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려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도, 타석에서 상대투수를 압박하는 이름값이 있다.
이 감독은 "누구보다 운동을 많이, 열심히 한다. 현재 부진을 '에이징커브'로 보고싶지 않다.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니다. 자신감을 많이 잃은 상태인데 좋은 타구가 나오면 분명히 반등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수없이 많은 경험을 한 이 감독이라고 해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조언을 해 줄 수는 있겠으나 선수가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이 감독은 "더 당당하게, 책임감을 갖고 해줬으면 좋겠다. 김재환의 능력과 커리어를 존중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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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사람들은 김재환의 부활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