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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팬들의 간절한 기원이 통했다.
실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스트라이크 오심에 이은 타구부상. 지난해 6월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14개월 만에 돌아온 지 2경기 만에 다시 부상자명단에 오를 뻔 했다.
하지만 0-0이던 4회말 2사 1루에서 4번 오스카 곤잘레스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강타당했다. 하지만 투혼으로 송구까지 마치고 4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0-0이던 5회말 끝내 마운드에 오르진 못했다.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2일 볼티모어전 아쉬움(5이닝 4실점)을 털고 7.20이던 평균자책점을 4.00까지 끌어내렸다.
류현진의 호투와 투혼에 토론토는 8회 캐반 비지오의 결승 투런홈런으로 3대1 승리, 4연승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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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의 스트라이크존 오심, 길어진 이닝 속 타구부상이 반갑지 않았다.
부상을 피할 수 있었고, 긴 이닝도 가능했다.
류현진은 4회말 1사까지 10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 가던 중이었다.
아쉬운 볼 판정 하나가 타구 부상을 불렀다.
1사 후 안드레스 히메네스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시속 145㎞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 걸쳤다. ESPN이 제공하는 게임데이터 상에도 스트라이크가 명확했다. 하지만 주심은 볼 판정. 결국 이날 첫 출루이자 유일한 출루였던 볼넷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차분하게 다음 타자 호세 라미레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2사 1루.
오심이 아니었다면 이닝이 끝나는 상황에서 오스카 곤살레스를 만났고, 강습 타구에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무릎에 맞고 굴절된 공을 쫓아가 송구까지 연결했다. 그리고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앞에 그대로 쓰러졌다. 얼굴은 크게 일그러졌고, 무릎을 잡고 고통스레 구르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이 우려됐다. 결승 홈런 주인공 내야수 비지오도 "류현진이 정말 아파보였기 때문에 골절이 아니길 바랐다"고 말했을 정도.
토론토 팬들도 난리가 났다. 1년 넘게 재활에 힘쓴 끝에 돌아온 에이스.
땅에 쓰러진 모습에 팬들은 SNS에 실시간으로 '오 마이 갓', '제발, 신의 가호를', '오, 노, 류현진 선수 상태가 좋지 않아보인다'는 등 우려를 쏟아냈다. 한 팬은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 하는 자신의 모습을 올리기도 했다.
류현진에 대한 토론토 팬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들. 팬들의 간절한 기원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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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차원에서 X-레이 검진까지 받았던 류현진. 하루가 지난 뒤 경과가 중요했는데 다행히 다음 등판에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부상 교체는 아쉬웠지만 투구 내용 만큼은 우리가 알던 바로 그 '괴물' 류현진으로 돌아왔다.
4회까지 불과 52구(스트라이크 34구). 퀄리티 스타트는 물론 7이닝까지 소화할 수 있는 페이스였다.
최고 구속 90.7마일(145.9㎞), 평균 구속 88.8마일(142.9㎞)의 직구(26개)에 체인지업(11개) 커브(10개) 커터(5개) 등 변화구를 섞었다. 이날 많은 헛스윙을 이끌어낸 주무기 체인지업은 평균 구속 78.4마일(126.1㎞)로 직구와 10마일(16.1㎞) 차이를 보였다.
현지 언론들은 "지저분한 체인지업으로 정타를 피하며 4이닝 노히트를 기록했다"고 호평했다. 류현진도 "직전 등판보다 커맨드가 훨씬 좋았다. 특히 체인지업을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었다"고 만족해 했다.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은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하루였다.
다음 등판의 호투와 시즌 첫승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긍정적 지표들이 가득했던 복귀 두 번째 등판이었다. 토론토 역시 에이스의 귀환이 반가울 따름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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