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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3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삼성-KIA전.
6회초 6실점으로 4-9 역전을 허용한 삼성. 포기는 없었다.
6회말 강한울 이재현 김태훈의 연속 3안타로 무사만루 찬스를 잡았다.
톱타자 김현준에게 집요하게 슬라이더 승부를 걸었다. 8구째 슬라이더를 당겼지만 1루 땅볼. 홈으로 쇄도하던 3루주자가 포스 아웃되고 말았다.
1루에 도달한 김현준은 헬멧을 벗어들고 쪼개 버릴듯 땅에 여러차례 찧으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150㎞ 공에도 버티는 헬멧이라 부서지지는 않았다. 김현준은 분이 풀리지 않은듯 투수가 장현식으로 바뀌는 동안 양손으로 무릎을 잡고 거친 한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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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대구 LG전. 경기 전 김현준을 만났다. 극대노의 이유를 물었다.
"제가 쳤어야 하는 상황인데 못 치면 늘 자신에게 열이 받습니다."
순하고 곱상한 외모. 반전의 근성이다. 승부욕이 활활 타오른다. 타격스타일만 봐도 알 수 있다.
워낙 부드럽게 쳐서 그렇지 김현준은 타석에서 매 순간 상대 투수와 전쟁중이다.
"작년과 달리 어떤 공이든 다 치려고 해요. 나쁜 공도 좀 손이 나가고 하는데 비슷한 공, 애매한 공, 볼 같은 데 스트라이크를 주면 억울하잖아요. 차라리 그냥 제가 못쳐서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타석에서 만큼은 '어떤 공이든 내가 안타를 만들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으로 적극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시즌 전 날벼락 같던 유구골 골절로 5월19일에야 합류한 1군 무대.
아쉬움을 풀듯 후반기 3할4푼3리의 타율로 뜨겁다. 어떤 투수든, 어떤 생소한 공이든 부드러운 타격폼으로 빠르게 적응하는 타격기술은 김현준의 최대 장점이다.
폭넓은 수비 범위는 올시즌 더 진화했다. 타구가 출발하는 순간 첫발 스타트는 리그 최상급이다. 미리 낙구지점에 도착해 편안하게 캐치한다. 발까지 빨라 활용 폭이 넓은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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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동안 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라이온즈파크를 직접 방문해 관중석에서 김현준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상대팀 LG에는 대표팀 차출 인원인 3명이 이미 꽉 차있는 상황.
이날 경기에서 류 감독이 살필 선수는 김현준 뿐이었다. 때 마침 멀티히트와 잇단 호수비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류 감독님께서) 오신지 몰랐습니다. 중계보고 나중에 알았습니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김현준이 올시즌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자기 스윙을 한다. 수비는 더 여유롭고 편안해졌다"고 칭찬하며 "국가대표 대체 외야수 1순위 후보 아니에요?"라고 취재진에 반문했다.
지난해부터 쌓아온 경험에 근성까지 더한 리드오프 외야수. 이제는 주전을 넘어 삼성을 이끌어가는 확실한 주축선수로 폭풍성장했다. 탈꼴찌는 물론 후반기 드라마틱 한 반등을 노리는 삼성 야구와, 한국 야구의 희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