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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후배, 내가 야구를 잘해야 도와주지!" 자존심 내던진 100억 FA의 셀프 채찍질 [부산피플]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8-02 15:36 | 최종수정 2023-08-02 15:51


"눈물 흘리는 후배, 내가 야구를 잘해야 도와주지!" 자존심 내던진 10…
인터뷰에 임한 박건우. 김영록 기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후배가 내 앞에서 힘들어하며 눈물을 흘리는데…내가 야구를 못하니 도와줄수 없다는게 너무 미안했다."

8년 연속 3할, 국가대표 외야수, 100억원 몸값의 FA.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최상급 가치를 대표하는 척도들이다.

NC 다이노스 박건우(33)는 이 모든 자부심을 잊고 새로 태어나고자 한다. 그는 '천하의 박건우가?'라는 물음에 "난 내 이름을 걸고 야구할 만한 선수가 아니다. 그건 이정후 최형우 김현수 정도 레벨의 선수들에게 가능한 일이고, 내가 뭐라고?"라고 반문했다.

곡절 많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시즌 타율 2할9푼5리 8홈런 4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1. 성적만 보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박건우는 "나만의 색깔을 완전히 잃었다. 확실히 다르다. 슬럼프에 들어가면 쉽게 끊어내질 못한다. 개인 기록에 대한 미련은 내려놓았다"며 혀를 찼다.

시즌 도중 갑자기 선수단 기강 문제로 2군에 내려가는 일도 있었다. 강인권 NC 감독은 팀을 대표하는 간판 타자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았다.

자신의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흔들리고 있다. 그는 "지금도 매타석 타격폼이 다르다. 평생 레그킥을 했는데, 요즘은 토탭으로 칠 때도 있다. 내가 팀의 공격 흐름을 끊고 있으니까 마음이 힘들다. 야구를 잘하려고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속상함과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눈물 흘리는 후배, 내가 야구를 잘해야 도와주지!" 자존심 내던진 10…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NC 서호철. 창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21/
박건우는 '닮고 싶은 선수'로 올해 3할타자 3루수로 거듭난 서호철을 꼽았다.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서호철에게 밥을 사며 야구장 도착 후 훈련부터 경기중 운동, 경기가 끝날 때까지의 루틴을 자세하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그대로 따라하며 해이했던 자신의 마음을 새롭게 연마했다.


"날아오는 공을 가장 심플하게치는 선수다. 그 간결한 느낌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서)호철이를 세워두고 배팅볼을 던지면서 관찰하기도 했다."


"눈물 흘리는 후배, 내가 야구를 잘해야 도와주지!" 자존심 내던진 10…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NC 박건우.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8.01/
시즌중 이같은 대격변은 자칫 위험할수 있다. 하지만 박건우의 공부하는 마음이이겼다. 박건우는 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타수 4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전타석 출루를 달성했다. 4회초 행운의 2루타 포함 첫 2점을 추격하는 시발점이 된 2루타, 5회초 동점 적시타, 11회초 추가 3득점의 시작이 된 선두타자 2루타가 모두 박건우의 몫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밟힌 후배가 있다. 지난 겨울 노진혁이 떠나면서 선발 유격수를 꿰찼지만, 타율 2할3푼6리 OPS 0.672로 부진한 고졸 3년차 김주원이다.


"눈물 흘리는 후배, 내가 야구를 잘해야 도와주지!" 자존심 내던진 10…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NC 김주원이 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6.02/
"주원이를 더 신경써줘야하는데…너무 힘들어하지 않나. 내 앞에서 눈물도 여러번 보였다. 그런데 내가 야구를 못하고, 안 좋은 일도 있었다보니 조언을 해줄 수가 없다는게 미안하다."

박건우는 "'형도 못하고 있지만'이란 전제를 깔고 변화구 치는법이나 볼카운트 대처, 수싸움 얘기를 조금 해줬다. 모든 걸 다 가진 선수지만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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