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김원형 감독.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19/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또다른 우승 후보 SSG 랜더스는 왜 빈 손으로 트레이드 문을 닫았을까.
KBO리그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7월 31일이 '별 일 없이' 지나갔다. 올해 단행된 트레이드 가운데 가장 '핫'한 거래는 최원태 트레이드였다. 우승을 노리는 1위 LG 트윈스가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A급 선발 투수 최원태를 받았고, 대신 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여기에 올해 열릴 2024년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넘겼다. 쇼킹한 트레이드다. 키움은 안우진과 더불어 팀의 핵심 선발 투수이자 데뷔 때부터 공들여 키운 최원태를 내줬다. 당장 올해는 우승을 노리기 힘든 상황. 유망주들을 영입하고 1라운드 지명권으로 정상급 신인을 한명 더 영입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무엇보다 LG의 우승 승부수가 이번 트레이드의 골자다. LG는 리그 최강 타선을 갖추고 있고,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전력을 갖춘 팀이다. LG가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유일한 약점인 선발진 보강이 필요했는데, 최원태를 영입하면서 그 약점을 지워낸 것이다. LG가 선발 투수 트레이드를 노린다는 소문은 꾸준히 나왔었고, 실제 현실이 됐다.
그렇다면 또다른 우승 후보팀인 SSG는 왜 특별한 소득이 없었을까. SSG는 현재 LG와 더불어 2강 체제를 형성 중이다.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팀 역시 LG와 SSG 두팀이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이자 SSG 또한 좋은 전력에 우승 경험까지 갖추고 있다. 올해 트레이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SSG는 지난 5월 두산 베어스와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1차지명 출신 투수 김정우를 보내고 내야수 강진성을 영입했다. 1루 수비를 보강하는 동시에 하위 타선 보강까지 함께 이뤄졌다. 강진성은 영입 이후 쏠쏠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빅딜'은 없었다. SSG도 당연히 고민은 있다.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선발진에 대한 아쉬움이 꾸준히 있었다. 지난해 SSG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은 '윌머 폰트-김광현'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였다. 그러나 올해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다 교체했는데, 특히 투수에 있어서는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 야심차게 영입한 1선발 후보 에니 로메로가 캠프 막판에 어깨 통증을 호소한 후 그대로 1경기도 나오지 못하고 작별했고, 대체 투수를 찾는 것도 험난했다. 현재 로에니스 엘리아스, 커크 맥카티 2명으로 외인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고, 여기에 김광현까지가 1~3선발이다.
냉정하게 판단했을때 엘리아스와 맥카티가 파괴력 있는 1선발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김광현도 올시즌 다소 부침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대를 모았던 박종훈, 문승원, 오원석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진도 기복이 크다. 문승원은 불펜 보강을 위해 시즌 초반 보직을 옮겼고, 박종훈과 오원석도 기복이 크다.
SSG 구단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선발진이 힘든 부분이 있었고, 불펜진도 과부하가 있었다. 기대했는데 그런 결과가 나오지 못한 부분도 있다. 트레이드 역시 고민은 했었는데 진지하게 논의가 오가지는 않았다. 고민하다가 그래도 기존 선수들을 믿고 가자. 어중간한 선수들을 트레이드 해오는 것보다 그게 낫다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상대가 좋은 자원을 쉽게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원태 트레이드의 경우 두 팀간의 '니즈'와 시기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져 성사가 됐지만, 그런 '빅딜'은 최근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다. 상대팀들도 우승권에 있는 SSG와 결코 쉽게 트레이드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실무진 측에서 가볍게 이야기가 오가다가도, 상대가 원하는 카드가 너무 크면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불발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지난해 우승을 했고, 올해도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SSG는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SSG는 오는 2028년 청라돔 시대를 새롭게 열 예정이다. 신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시기를 맞춰 단계적 리빌딩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쉽게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내줄 수 없는 이유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지난만큼 SSG는 지금의 전력으로 도전해나가야 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타격 페이스도 괜찮고, 선발진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만만치 않은 LG의 질주에 SSG가 후반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권 양상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