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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9년 차 우완 홍정우(27)가 달라졌다.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3차전.
선발 백정현의 6이닝 1실점 호투 속에 삼성은 5-1로 앞섰다. 무난히 4연패를 끊는 듯 했다.
벤치는 김태훈을 내리고 홍정우를 올렸다. 가장 어려운 순간 공을 건네 받은 투수. 벤치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등판이었다. 거침 없는 공격적 피칭으로 그 믿음에 멋지게 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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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를 만들며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더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박민우였다. 최상위권 득점권 타율을 자랑하는 정교함의 대명사. 눈에 불을 켜고 타석에 섰다.
초구 144㎞를 한 복판에 던졌다. 직구와 슬라이더 유인구로 현혹했지만 박민우는 말려들지 않았다. 2B1S.
1루가 비어있었지만 홍정우는 달아나지 않았다. 145㎞ 묵직한 패스트볼을 힘차게 뿌렸다. 박민우의 배트가 밀렸다. 3루쪽 파울.
예상보다 묵직한 볼끝에 살짝 당황하는 표정이 스쳤다. 이를 읽은 포수 김태군이 포크볼 사인을 냈다.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떨어지는 포크볼에 직구 타이밍을 잡고 있던 박민우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헛스윙 삼진.
현역 통산타율 3,4위를 공 6개만에 돌려 세우고 절체절명의 동점 위기를 탈출하는 순간. 4연패 탈출의 수호신은 홍정우였다.
지난 17일 한달 만에 1군에 콜업된 홍정우는 완전히 다른 마인드의 선수로 돌아왔다. 2군에서의 한달, 큰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마운드에서 마음가짐을 바꿨어요. 그동안 타이트한 상황에 더 신중하게 던지려다 볼카운트가 몰리다보면 조급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었던 것 같아요. 코치님, 선배님들이 '넌 공이 좋은데 왜 마운드에서 항상 절어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저 혼자 쇼를 하고 있었던거죠. 차라리 맞더라도 들어가자는 마음으로 던지는 게 오히려 결과가 좋더라고요. 같은 140㎞ 공이라도 타자랑 싸우러 들어가는 공과 불안하게 던지는 공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요. 타자한테 끌려가면 결국 맞더라고요. 타자를 잡아먹는다고 생각하고 던져야 결과가 나와요. 가운데 던진다고 다 맞는 것도 아닌데 저도 모르게 기가 눌려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마운드에서 오늘 등판이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하고 던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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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이승현이 허리불편감으로 빠져 있다. 마당쇠 김태훈은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다.
사실상 두명의 핵심 불펜투수가 빠져 있는 셈. 마무리 오승환에게 리드를 이어줄 셋업맨이 필요하다. 홍정우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팀의 위기가 개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죠. 기회를 주시면 제가 증명해서 잡아야 하는 거니까요."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한 홍정우가 자신의 가치를 멋지게 입증했다. 앞으로 더 중요한 순간 중용될 공산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