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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 일비' 감정 변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만큼이나 투수에게 중요한 또 한 종류의 '포커페이스'가 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던지는 그 순간에도 "나 지금 직구 던지는 거야"라는 거짓말로 타자를 속일 수 있는 투구폼의 포커페이스 기술이다.
직구 구속이 160km를 찍은 괴물 신인 김서현은 이미 고교 때부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포크볼, 스플리터, 너클볼까지 독학으로 터득한 구종 천재다. 김서현은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 손혁 단장과의 면담을 통해 구종을 빠른 공,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단순화했다. 그리고 서산 2군에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더 정교하게 연마했다. 제구력 향상을 위해 팔 높이도 일정하게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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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진화하는 김서현은 아직 완성된 투수가 아니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것과 동시에, 갈고 닦아야 할 부분이 많은 원석에 가깝다. 김서현 자신도 그걸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경기 전 훈련을 지켜보면 김서현은 끊임없이 선배들에게 묻고 또 묻는다.
지난 4월 2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팀의 베테랑 투수 장민재가 김서현의 손을 붙잡고 한 참 동안 손가락의 위치와 손목 각도에 관해 설명했다. 김서현이 먼저 장민재에게 조언을 구했고, 장민재는 기꺼이 자신의 훈련 시간을 후배에게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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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15년 차 베테랑 장민재. 직구 평균 구속이 136km에 불과하지만, 주 무기인 포크볼로 지난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데 이어 올 시즌에도 든든한 지킴이가 되고 있다. 장민재는 선발로 나선 5경기에서 1승2패 2.81의 평균자책점으로 문동주(4경기 1승2패 2.38)와 함께 한화 선발 마운드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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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와 똑같은 폼으로 던지는 포크볼, 직구 최고구속 138km의 장민재가 사는 법이다. 타자들은 장민재의 투구폼에서 직구와 포크볼의 차이를 알 수가 없다. 장민재가 김서현에게 조언한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장민재는 자신이 포크볼을 던질 때 직구처럼 끝까지 공을 채는 것처럼,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도 손가락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까지 최대한 손목 각도를 직구처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 지금 직구 던지는 거야'라는 거짓말에 타자가 속을 수 있게 말이다.
공을 잡은 김서현의 손가락을 세심하게 조정해 가며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려 애쓰는 장민재의 모습에서 베테랑의 진정한 품격이 느껴졌다. 14살 차이 선후배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똑같이 뜨거웠다.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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