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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혹시 잊고 있는 것 아닌가? 김진욱은 어린 선수다. 지금은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면서 기다릴 때다."
불펜에선 좋은 공을 던지다가도 마운드만 올라오면 '볼볼볼볼' 하기 바빴다. 이상하리만치 제구가 잘 되지 않아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마음을 썩였다.
올해는 다르다. 김진욱은 2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선발 박세웅의 뒤를 이어 6회 등판,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6회에는 머리 위로 떠오른 투수 뜬공을 침착하게 처리했고, 7회에도 선두타자 볼넷 후 희생번트를 재빠르게 2루에 송구, 선행주자를 잡아내는 냉정함이 돋보였다. 9회초 롯데의 대역전극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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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첫 경기의 행운이 약이 됐다. 김진욱은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전에서 첫 등판을 가졌다. 하지만 1-3으로 뒤진 상황, 김진욱은 볼넷 3개를 허용하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이 이날 경기가 강우콜드게임으로 종료됐다.
이후 김진욱은 다른 사람이 됐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성적 없이 구위만으로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던 그 가치가 실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2년간 6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렀던 부진은 두걸음 전진을 위한 한걸음 후퇴가 된 모양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때 입술을 삐죽거리는 모습도 보기 드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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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 마무리캠프에 이어 호주리그 질롱코리아를 다녀오며 스스로를 단련했다. 괌과 오키나와를 거친 스프링캠프에서도 배영수, 김현욱 코치가 감탄할 만큼 열심히 훈련한 김진욱이다. 한층 탄력을 갖춘 몸태가 김진욱의 노력을 증명한다.
7경기 9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안타를 단 1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탈삼진 10개로 이닝당 1개 이상을 기록중인 구위도 여전하다. 이제야 비로소 김진욱의 존재감이 빛나고 있다.
창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