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우연치고는 판박이다.
11경기서 단 3승에 그친 KIA 타이거즈. 기상도는 '잔뜩 흐림'이다. 물방망이 타선은 바닥을 찍고 있는 가운데, 부상자 나성범(35) 김도영(20)의 이른 복귀는 요원하다. 마운드에선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3.88로 그나마 버텨주고 있으나, '철통 뎁스'를 자랑하던 불펜 평균자책점은 4.93으로 10개팀 중 9위에 그치고 있다.
이 때와 비교해 그나마 나아진 것은 수비 집중력이다.
2022시즌 11경기에서 KIA가 범한 실책은 18개. 독보적 1위였다. 잦은 실책으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상대에 흐름을 넘겨주는 게 '패배 공식'이었다.
올 시즌 11경기에서 KIA는 실책 10개로 삼성 라이온즈(7개), KT 위즈(8개)에 이은 부문 최소 공동 3위다. 일찌감치 두 자릿 수를 넘긴 실책이 적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승패를 가르는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울 만한 부분.
타선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짧은 공격-긴 수비를 반복하다 보면 수비 실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반등 포인트를 만들지 못한 채 연승-연패를 반복하다 4월 한 달간 10승(14패)에 그쳤던 지난해 KIA는 실책 30개를 기록한 바 있다. 작년보다 페이스는 느리지만, 마냥 안심할 순 없다. 지난 14일 고척 키움전에서 1회말 김선빈이 병살 코스 송구를 2루에서 놓치는 실책성 플레이를 범하면서 선취점을 내주고, 결국 패하면서 원정 스윕 서막을 연 것은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마땅한 반등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 KIA에게 수비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나오는 호수비는 수비 실점을 지울 뿐 아니라 더그아웃 분위기를 달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운드 위에 선 투수에겐 동료를 믿고 던질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반복되질 않길 바랐던 1년 전의 아픔. 상황은 달라졌지만, 비슷한 색깔이 올해도 입혀지고 있다. 마땅한 반등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는 KIA의 수비 집중력 유지는 앞으로 반등 실마리를 잡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