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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전력은 월등하게 좋은데도 한국에 대한 경계를 풀지 못한다. 지금까지 한국야구대표팀이 대등하거나 앞선 전력으로 일본전에 나선 적은 없다. 그런데도 주요 국제대회에서 쉽게 물러선 경기가 별로 없다. 압도적인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수차례 일본을 충격에 빠트렸다. 일본 입장에선 '트라우마'가 생길만도 했다.
지난해 '56홈런'을 때린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즈)가 유력한 4번 타자다. '투타' 밸런스가 좋은데 특히 마운드가 최강이라는 평가다. 일본 내 자평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인정하는 전력이다.
이에 비해 한국대표팀은 내세울 게 별로 없다. 여전히 30대 중반 선수가 '투타' 핵심전력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는 김하성(26·샌디에이고)과 한국계 미국인 내야수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둘 뿐이다.
이강철 감독은 4강을 목표로 잡았다.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보니, 쉽게 긍정하기 어렵다. 야구계 한쪽에선 일본전 '참패'를 걱정한다. 3~4회 대회 조별리그 탈락의 상처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야구를 쉽게 볼 수 없는 모양이다. 분명히 한참 아래 전력이다. 무시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대다. 후루타 아쓰야 전 야쿠르트 감독(58)이 TV 아사히를 통해 한국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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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이 목표인 일본대표팀. 1~2차 라운드 조별리그, 8강전보다 준결승, 결승전을 신경쓰고 있다. 메이저리그 베스트 전력으로 대표팀을 구성한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를 경계한다. 미국은 2017년 4회 대회에 이어 연속 우승을 노린다. 도미니카공화국은 2013년 3회 대회 우승국이고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다.
후루타 전 감독은 이에 앞서 '1라운드 돌파의 열쇠가 되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다. 1라운드 통과가 당연한데도, 한국야구를 거론했다.
일본대표팀은 3월 9일 중국과 1라운드 1차전을 치른 뒤 한국, 체코, 호주를 상대한다. 각조 5개팀 중 1~2위팀이 8강에 진출한다. 일본 전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조별리그 탈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조별리그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전은 별개 사안이다. 1라운드 최고 관심 경기다. 단기전에선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해, 온전한 전력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한일전 땐 늘 전력과 상관없이 미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랬다. 일본에게 한국은 라이벌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도, 어려운 팀이었다.
일본이 한국에 패하거나, 이기더라도 어렵게 가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대회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승 목표에 비상등이 켜진다. 일본 입장에선 그러보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후루타 전 감독은 양국 최고 선수의 수준을 비슷하다고 봤다. 일본이 월등하게 유리하지 않다고 했다. 컨디션이 좋은 투수가 등판할 것이고, 한국이 일본전에 대비책을 갖고 나설 것이라고 했다. 확실하게 준비해 경기에 나서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방심하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한국은 항상 만만찮은 상대, 까다로운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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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타 전 감독은 오타니와 일본계 미국인 외야수 라스 눗바(26·세인트루이스)다. 장타력에 빠른발까지 갖춘 두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일본야구 역대 최고 포수로 꼽히는 후루타 전 감독은 아사히 TV 해설위원으로 WBC를 함께 한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대표팀 감독(61)과 인연도 있다. 1990년 신인으로 입단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을 때, 룸메이트가 '선배' 구리야마 감독이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