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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강철(57)과 양현종(35).
스승과 제자는 대표팀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 감독이 대표팀 투수 코치로 참가했고, 양현종이 좌완 선발 역할을 맡았다. 2023 WBC는 대표팀에서의 두 번째 만남.
하지만 무게감은 사뭇 다르다.
양현종은 이번 WBC가 사실상 마지막 대표팀 합류가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여전히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 중 한 명이지만,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를 생각하면 차기 국제 대회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진 미지수. 어쩌면 태극마크를 다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현종 스스로의 각오도 남달라 보인다.
양현종은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다시 만난 스승의 모습에 벅찬 모습. 그는 "신인 시절엔 감독님과 (선수단 훈련) 끝까지 남아서 운동을 했다. 투구 뿐만 아니라 수비, 웨이트 등 여러 면에서 감독님과 정말 많은 훈련을 한 게 기억난다"며 "어느덧 베테랑으로 대표팀에 오게 됐다. (불펜에서 공을 던질 때) 감독님이 내 뒤에서 지켜보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 감독은 "나 역시 '대투수(양현종 별명)'와 함께 대표팀에 오게 돼 벅차다. KIA에서 같이 시작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고 농을 친 뒤 "오늘 불펜 투구 모습을 지켜보니 역시 제구가 안정적"이라고 칭찬했다.
WBC는 한국 야구에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 무대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의 역사를 썼으나, 2013년, 2017년 대회에선 이른바 '참사'를 당하며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이 감독은 이번 대회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에서 "(1라운드가 열리는) 일본을 떠나(준결승이 열리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양현종도 "태극마크를 달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태극마크의 무게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나라를 대표해 나서는 대회다. 정말 잘 하자, 좋은 성적을 내자는 생각 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WBC에서 스승과 제자는 한국 야구의 새 역사를 꿈꾸고 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