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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나는 국가대표다."
이런 이정후가 미국 현지에 머물면서 관심은 더 고조되고 있다. 키움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카우트가 이정후를 지켜보기 위해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을 정도.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투산의 키노 베테랑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대표팀 첫 연습경기 때는 샌프란시스코 뿐만 아니라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텍사스 레인저스, LA 다저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뉴욕 양키스, 시카고 컵스 등 무려 9팀 스카우트들이 이정후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은 이정후가 두 타석을 소화한 뒤 교체되자, 곧바로 자리를 뜨기도 했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이어지는 큰 관심은 되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정후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는 "주변에선 '이제 평가가 다 끝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스카우트가) 다시 보러 오는 것도 그냥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하거나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라 다른 선수를 보러 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드니 크게 의식이 안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보다는 오히려 (고)우석이나 (정)우영이, (강)백호, (김)혜성이 등 미국에 나가고 싶어 하는 선수들에게 쇼케이스가 되지 않을까"라며 "나는 국가대표다. 이 대회를 통해 나를 알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로지 팀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 빨리 경기에 나가서 이기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강조했다. WBC에서 이뤄질 빅리그 투수와의 맞대결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투수를 만나기로) 결정된 것은 일본전 뿐이다. 일본전을 제외하면 메이저리그 투수를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며 "빅리그 투수와의 맞대결보단 호주 투수를 상대로 잘 쳐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WBC는 정규 이닝 동안 승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연장 10회부터 무사 2루 상황에서 시작하는 승부치기 제도가 도입된다. 이강철 감독은 이에 대비해 중심 타자들에게도 진루를 위한 번트 작전을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야구는 확률이 높은 쪽이 이기는 경기다. 그 확률을 알고 대처하기 위해 전력 분석을 하는 것"이라며 "사인이 나지 않는 이상 번트보다는 치려고 할 것 같다. 번트를 댔는데 3루에 주자를 못 보내고 아웃카운트를 늘릴 바에야 쳐서 3루로 보낼 수도 있고, 타점을 올려 대량의 득점 찬스를 만들 수도 있다. 내게 1~2간으로 땅볼을 만들 능력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준결승이 펼쳐질) 미국에 다시 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가깝게 보면 호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기에, 호주전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 일본전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단 천재타자의 결의는 그 어느 때보다 다부지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