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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재능만 타고난 선수에게 부족한 배려와 존중, 김서현이 1년 선배 문동주를 배워야하는 이유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3-02-09 10:53 | 최종수정 2023-02-09 11:23


야구 재능만 타고난 선수에게 부족한 배려와 존중, 김서현이 1년 선배 문…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문동주(왼쪽)와 김서현. 애리조나 (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한화 이글스 19세 루키투수 김서현(19)은 일반적인 신인선수와 많이 달랐다. 고등학생 3학년이던 지난해 10월, 대전야구장 기자실에서 만난 그는 "구대성같은 마무리 투수가 꿈이다. 고 최동원 선수가 달았던 유니폼 등번호 11번을 쓰고 싶은데, 이미 사용중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인터뷰에선 마무리 투수로서 구체적인 세이브 목표까지 밝혔다. '30세이브를 이야기했는데 적은 것 같다고 해 얼떨결에 50세이브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선수가 마무리 투수를 지망하는 것도, 특정 등번호를 거론하는 것도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김서현은 한화에 지명된 후 출연한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뛰게 된 팀의 주전포수 최재훈(34)을 모른다고 해 선배를 황당하게 했다. 잠시 웃게 만든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당사자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일이다. 솔직함이나 패기로 포장하기 어려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한 태도였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 정도 이상의 자신감, '똘끼'를 프로선수로서 성공의 조건 중 하나로 꼽는 야구인들이 많다. 짧은 기간이지만 '독특한' 루키 김서현을 접한 야구 관계자들은 "야구를 잘 할 것 같다"고 했다.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오랜 격언을 겹쳐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보려고 했다. 인성까지는 몰라도 그의 잠재력, 젊은 패기를 주목했다. 어린 선수의 치기에 살짝 눈감았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는 총 1165명이 참가했다. 김서현은 이 중 가장 먼저 호명됐다. 최고 유망주 인증을 받았다. 그는 메이저리그를 선택한 심준석(피츠버그 파이어리츠)과 함께 고교야구 최고 선수로 주목받았다.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한국야구를 설레게 했다.

애정어린 관심, 고교시절 거둔 성취가 어린 선수를 오만하게 만든 것일까. 지난 1월 개인 SNS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치와 팬들을 속되게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된 ?은 글이다. 비공개를 전제로 한 '뒷담화'라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알려질 수 있다는 걸 간과
야구 재능만 타고난 선수에게 부족한 배려와 존중, 김서현이 1년 선배 문…
한화 루키 김서현의 불펜피칭 모습. 애리조나(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했다. 생각이 짧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3년 연속을 꼴찌를 한 한화는 '탈꼴찌'를 넘어 재도약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대급 잠재력을 갖고 있는 유망주 김서현을 품고 '미래'를 설계했다. 지난 겨울, 코칭스태프를 재정비해 분위기를 쇄신했다. 30대 베테랑 외부 FA(자유계약선수) 3명을 영입해 안정감을 더했다. 그런데 프로 데뷔도 하기 전인 신인 선수가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어린 선수의 실수를 과도하게 끌어가서 득이 될 게 없다. 김서현도 그렇고 한화, 한국야구에도 도움이 안 된다. 확실한 자성의 계기로 삼으면 된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손 혁 단장 등 한화 구단 관계자들은 김서현의 패기, 배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다른 자신감과 적극적인 성격을 좋게 봤다.


그런데 자신감과 오만함은 종이 한장 차이다. 태고난 성격을 바꾸기는 어렵겠으나 적절한 제어를 통해 컨트롤 할 수는 있다. 매우 뛰어난 재능이 불필요한 태도로 인해 묻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서현에겐 가까운 곳에 좋은 '롤 모델'이 있다. 1년 위 선배 문동주(20)다. 둘은 나란히 최고 신인 투수로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입단했다. '최약체' 한화의 주축선수로 성장해야할
야구 재능만 타고난 선수에게 부족한 배려와 존중, 김서현이 1년 선배 문…
문동주와 김서현 의 캐치볼 장면. 애리조나(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원석'들이다. 성격은 매우 다르다. 수베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동주는 유니크하게 차분한 선수다. 착실하고 겸손하며 침착하다. 평소에도 그렇고 마운드에서도 그렇다. 쉽게 흥분하거나 들뜨지 않고, 야구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김서현에게 필요한 점이다.

타고난 재능이 축복이지만 성공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동안 최고로 평가받았던 많은 유망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라졌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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