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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화려한 성적도 과거일 뿐이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8번째 시즌인 올해는 더이상의 덧붙이기로는 역부족이었다. 김재환을 잔류하는데 성공했지만, 원래 소속 선수였기 때문에 '플러스'라고 볼 수는 없었고, 오히려 박건우의 이적으로 출혈이 생겼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계산부터 틀어졌고, 후반기에는 투타 엇박자에 5강 싸움 불씨까지 날리며 9위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이끌었던 감독은 마지막 해 9위로 마쳤다.
사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태형 감독과 두산의 결별은 일찍부터 관계자들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돌았다. 8년간 팀을 이끌었던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 더군다나 팀은 지난 8년 이내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고, 누가 봐도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여기에 김태형 감독과의 동행이 길어지면서 생긴 서로의 상처들이 곪아 터질 시기가 됐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감독 재계약을 위한 최고의 무기는 단연 팀 성적이다. 감독이 어떤 평가를 받아도, 팀 성적이 좋다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명분이 희미해진다. 그러나 두산과 김태형 감독의 동행은 이런 환경적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끝내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이런 성적도 결국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결별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김태형 감독은 시즌 종료 후 구단의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인사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두산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 전성기를 이끌어준 김태형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팀의 장기적인 방향성 등을 고려하여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태형 감독은 당분간 밀린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아직 차기 행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 두산은 그사이 새 감독 선임 작업 막바지에 들어갔다. 645승 감독에게도 결별은 한 순간이다. 예우는 사치다. 프로의 세계가 차갑고도 냉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