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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 결정적 순간 터진 쿼터백 출신의 잠재리스크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10-12 02:18 | 최종수정 2022-10-12 03:53


2022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말 1사 만루 LG 채은성의 희생플라이때 3루주자 서건창이 동점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KT 투수는 김재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0.1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본 헤드플레이를 지켜보는 덕아웃, 복장 터질 노릇이었다.

KT 외인 앤서니 알포드가 두차례 결정적인 미스로 팀을 4위로 끌어내렸다.

알포드는 11일 잠실 LG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치명적인 두 차례의 실수를 범했다.

첫번째는 주루미스.

5-4로 앞선 7회초 1사 만루. 고의 4구로 1루를 밟은 알포드는 장성우의 3루 땅볼 때 2루를 향해 쇄도했다. 살짝 큰 바운드를 전진해 잡은 3루수 문보경이 가까스로 공을 빼내 러닝스로우로 2루에 공을 뿌렸다.

박빙의 타이밍. 하지만 발 빠른 알포드의 도착이 간발의 차로 빨랐다. 하지만 벤트레그 슬라이딩을 한 알포드의 오른발이 땅에 살짝 끌리면서 2루 베이스 위 허공을 지나갔다. KT 벤치의 비디오 판독에도 번복은 없었다. 결국 병살타로 이닝이 마감됐다. 알포드의 오른발이 정상적으로 2루 베이스를 터치했다면 세이프가 될 수 있었던 타이밍이었다. KT가 6-4로 결정적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이해할 수 있는 실수였다.


9회말 1사 만루에서 채은성의 짧은 외야 플라이를 전진스텝 없이 선채로 포구하는 KT 좌익수 알포드.
출처=KBSN스포츠 중계화면
하지만 9회 수비 때의 두번째 실수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웠다.


5-4로 앞선 KT의 9회말 마지막 수비. 무사 만루 위기에서 마무리 김재윤이 송찬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2개. 채은성이 친 타구가 좌익선상으로 높게 솟구쳤다. 타자 조차 맞는 순간 아쉬움을 표할 만큼 충분한 비거리를 만들지 못한 타구였다.

그래서였을까. 좌익수 알포드가 방심했다.

3루주자 서건창이 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선 채로 포구했다.

알포드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 3루주자 서건창은 지체 없이 스타트를 끊었다. 송구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알포드는 당황한 채 부랴부랴 와인드업을 해서 홈에 공을 뿌렸다. 한 템포 늦었고, 강하지도 못한 송구가 정확하지도 않게 포수에게 도착했다. 힘찬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에 쇄도한 서건창은 여유있게 세이프. 5-5 동점을 이루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게임과 상황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너무나도 안일한 수비였다.

체공 시간이 충분했던 만큼 전진 스텝을 밟으면서 추진력을 받아 곧바로 홈 송구를 했어야 했다.

오히려 알포드는 주춤주춤 하면서 뒤로 살짝 물러나는 자세로 포구를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3루주자 서건창이 이 장면을 놓칠 리 없었다. 만약 알포드가 전진 스텝으로 포구하고 곧바로 홈에 송구했다면 서건창은 3루로 귀루했을 공산이 컸다. 중계하던 캐스터 조차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가 나왔다"며 의아해 했을 정도.

시즌 중 KT 이강철 감독은 타격에 비해 아쉬운 알포드의 수비에 대해 "미식축구 쿼터백 출신이라 좌우는 괜찮은데 앞뒤 타구 처리가 문제"라고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잠재된 리스크가 하필 1년 농사 중 가장 중요한 순간 터져나온 셈.


2022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가 6대5로 승리했다. 경기에 패한 KT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0.11/
무사 만루에서 득점 없이 2사 만루가 되면서 후속 타자에게 큰 부담이 됐을 상황이 동점으로 둔갑한 순간.

KT 벤치와 마운드 위 김재윤으로선 망연자실할 노릇이었다. 그 허무함은 끝내 악몽을 불렀다. 오지환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5대6 역전패.

3위를 눈 앞에 뒀던 KT는 알포드의 본 헤드 플레이 속에 4위로 추락하며 원치 않는 이틀 뒤 KIA와의 와일드카드를 치르게 됐다. 기본을 망각한 외인 야수가 불러온 최악의 참사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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