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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자존심이냐, 현실이냐.
단기전 가장 중요한 건 선발투수다. 그리고 기선제압을 할 수 있는 1차전 선발이 누구인지가 관건이다. 사실 KIA는 지난 수년 동안 개막전,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부동의 에이스 양현종이 있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투수 헥터 노에시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양현종 외 카드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올해 개막전 선발도, 다른 팀들은 외국인 투수를 내보내기 바쁜 가운데 KIA는 양현종을 일찌감치 낙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후, 돌아온 에이스에 대한 예우였다.
그러나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관점에서 양현종이 100% 정답이라고 하기는 힘든 게 냉정한 현실이다. 양현종은 올시즌 30경기 12승7패 평균자책점 3.85를 기록했다. 전성기 양현종의 기록에는 부족하지만, 일단 KIA에서는 최다승 투수다. 하지만 올시즌 내용을 살펴보면, 양현종도 이제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게 아닌 경험과 요령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가 됐다. 양현종도 올해 한국나이로 35세. 그게 당연한 상황이다.
포스트시즌은 긴장감이 넘친다. 그래서 상대를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선발 요원이 필요하다. 양현종이 이 관점에서 성에 차지 않는다면, KIA는 외국인 투수들로 눈을 돌려야 한다. 다행히 션 놀린과 토마스 파노니 모두 후반기 제 컨디션을 찾으며 압도적 피칭을 해줬다. KIA가 5위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의리도 힘은 좋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외국인 선수들 뒤에 나머지 투수들을 1+1로 붙이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양현종 입장에서는 선발 한 자리가 주어지지 않고, 뒤에 +1로 투입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결국 김종국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KIA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게 됐다. 과연, 김 감독은 어떤 구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