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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로는 우승 못해?" 편견에 맞선 22년…日기자가 전한 현지 분위기는 '정반대' [SC초점]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10-10 09:51 | 최종수정 2022-10-10 10:51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이대호.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편견과 참 많이 싸웠는데…사랑받고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

레전드는 떠나는 날까지 롯데 자이언츠를 걱정하고 응원했다. 하지만 과거 자신이 겪었던 서러움도 살짝 내비쳤다.

이대호(40)가 언급한 편견은 뭘까. '이대호로는 우승하기 어렵다'는 야구계 일각의 시선이다.

비공인 세계신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 조선의 4번타자 등 이대호에겐 거포의 이미지가 강하다. 다만 체격(1m94, 130kg)만큼 압도적인 홈런타자는 아니다. 롯데에서 뛴 17시즌 중 홈런왕은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했던 2번(2006 2010) 뿐이다.

이른바 '공 보고 공 치기'로 대표되는 타격 메커니즘도 KBO 공식 은퇴투어 1호였던 이승엽이나 리그 대표 홈런왕인 심정수, 박병호 등과는 다르다. 타율 장타율 1위(이상 3번) 최다안타 타점 1위(이상 2번) 등 커리어에서 드러나듯 타격 부문 전반의 기록이 두루 뛰어났다. 워낙 잘 치다보니 홈런도 많이 나오는 선수다. 100타점을 넘긴 시즌이 7번(이승엽 최형우와 동률)일 만큼 찬스엔 언제나 기대되는 타자이기도 하다.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종료 후 이대호의 은퇴식이 열렸다. 고별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대호.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롯데팬들조차 이대호의 생산성이 커리어 대비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없지 않았다. 펜스 직격 2루타를 치고도 1루에 머무는 모습이 잦았고,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한 뒤 후속타가 터졌을 때 홈을 밟는 일도 쉽지 않았다.

때문에 점점 더 '한방'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타선 전체가 '거북이'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 실제로 래리 서튼 감독도 부임 이후 "빠르고 역동적인 선수가 필요하다"며 여러 선수를 시험한 끝에 황성빈을 발굴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자신의 단점을 메우고도 남는 타자다. 이대호의 발이 느린 모습이 자주 목격된 건, 그만큼 많은 안타를 쳤다는 반증이다. 간혹 1루수로 나설 šœ 강습 타구에 대처하는 순발력은 은퇴경기에서도 돋보였다. 마운드에도 올라 최고 129㎞ 직구를 던지는가 하면, 투수 강습 타구를 민첩하게 잡아내기도 했다.


KBO리그에선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1회) 준플레이오프(5회) 진출이 전부다. 하지만 일본에선 달랐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2시즌 연속(2014 2015) 우승을 이끈 영웅이다.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종료 후 이대호의 은퇴식이 열렸다. 영구 결번 '10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대호.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지난 8일 열린 이대호의 은퇴식 현장에는 롯데 시절 인연들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한 아오키 노리치카를 비롯해 T-오카다, 마쓰다 노부히로, 야나기타 유키, 쿠도 키미야스 전 소프트뱅크 감독, 스캇 서비스 전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 등의 축하 영상과 꽃다발, 메시지 등이 전해졌다. 은퇴식 현장을 직접 찾은 일본 선수들도 있었다.

특히 함께 우승을 일궈낸 소프트뱅크 시절 인연들의 메시지가 절절했다. 키미야스 전 감독은 "일본 최고(우승)가 된 건 이대호가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었던 성과"라고 강조했고. 마쓰다는 열심히 연습한 한국말로 "한국에서 제일 가는 타자인 (이)대호 형과 함께 2년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오랜기간 수고 많으셨다"고 인사를 건넸다.

야후재팬에는 '10년에 한번 나올 천재 야구선수', '소프트뱅크의 보물', '이렇게 성적이 좋은데 은퇴하다니' 등 아쉬움 가득한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취재진도 "이대호는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이대호의 은퇴식을 취재해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워낙 많아 현장 취재를 오게 됐다. 키미야스 감독의 말은 절대 빈말이 아니다. 소프트뱅크 팬들에게 이대호는 '우승을 가져다준 선수'다. 일본시리즈 MVP까지 하지 않았나. 선수들 역시 '이대호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대호는 그런 존재였다."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종료 후 이대호의 은퇴식이 열렸다.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는 이대호.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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