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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쉬면 팀 손해, 부상은 사치" 이대호, 마침표까지 직접 찍었다…신념 지킨 상남자 [부산리포트]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10-08 19:30 | 최종수정 2022-10-08 20:51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6회 수비를 마친 이대호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부산 사나이' 이대호(40)는 은퇴 경기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8일 LG 트윈스와의 시즌 최종전을 치렀다. 2001년 KBO리그 데뷔 이래 22년, 롯데 한 팀에서만 17년간 뛴 원클럽맨(해외 리그 제외) 인생을 마무리짓는 선수 인생 마지막 경기다.

이날 롯데는 경기전 사직구장 광장에서 이대호의 은퇴 기념 이벤트를 가지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대호의 마지막 출근길을 보고, 은퇴 기념 특별 유니폼에 사인을 받고자 하는 팬들로 사직구장 출입구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대호는 경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난 야구 인생을 돌아봤다. 그는 자신의 야구인생을 '50점'으로 혹평했다. 개인 성적에는 만족하지만, 끝내 롯데팬들에게 우승을 안겨주지 못해 50점을 감점했다는 것.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 후배들에게 떠넘기고 가는 것 같다"면서 "과감한 투자로 팬들이 염원하는 우승을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1회 1타점 2루타를 날린 이대호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최동원의 뒤를 이어 롯데의 2번째 영구결번이 된 소감으로는 "최동원 선배를 보며 야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 정신력을 후배들이 느끼면 우리도 빠른 시일 안에 우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동원 선배의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한국시리즈 우승은 없었다. 팀을 위해 희생할줄 알아야한다. 전에 (손)아섭이도 얘기했던데, 쉬고 싶다고 쉬면 팀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무조건 뛰어야한다'가 기본이다. 부상당하는 것도 사치다 생각해야한다. 팬들이 원하는 대로,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한다."

이날 이대호는 전성기 시절 포지션인 4번타자 1루수로 출전, 자신의 말을 지켰다. 타석에서의 여전한 집중력은 물론, 수비에서도 허슬이 돋보였다.

이대호는 이날 1회말 첫 타석 2사 1루에서 중월 펜스를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šœ려내 2만2990석을 매진시킨 부산 팬들을 열광시켰다.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수비 도중 오른손 부상을 당한 이대호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수비에서는 3회초, 잇따른 1루 강습타구를 처리해 감탄을 자아냈다. 문보경의 안타성 타구는 온몸을 던진 다이빙캐치로 처리했고, 오지환의 날카로운 땅볼도 온몸으로 가로막았다. 공을 잡은 뒤엔 1루에 도달한 오지환과 하이파이브 태그를 나눠 가슴을 울렸다.

이대호는 이 과정에서 오른손에 통증을 느낀 듯 했다. 연신 손목을 바라봤고, 가볍게 터는 동작을 거듭했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비장함, 그리고 프로다운 집중력은 여전했다. 6회초에는 송찬의의 1루 쪽 파울 타구 때 담장에 몸을 던지며 잡아내는 허슬을 과시했고, 7회초 1사 1루에서는 1루쪽 짧은 땅볼에 과감하게 대시, 3-6-3 병살타로 처리하며 죽지 않은 상황판단과 민첩성까지 과시했다.

8회에는 1루가 아닌 마운드에 투수로 올랐다. LG 측도 미리 준비했던 대로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 고우석을 대타로 내세웠다.

4구 모두 직구였다. 예상보다 빠른 127~129㎞의 구속이 나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고우석은 날카로운 투수 강습 땅볼을 만들어냈지만, 이대호는 슬쩍 몸을 돌리며 민첩하게 공을 잡아 1루에 송구, 타자를 잡아내며 현장을 탄성으로 물들였다.

이대호는 고우석을 뜨겁게 안아준 뒤 다시 1루로 복귀했다. '부산 상남자'다운 투혼이었다.

9회초에도 '야구천재' 이대호의 집중력은 빛났다. 2사 2루 상황에서 나온 유강남의 3루쪽 땅볼, 한동희의 원바운드 송구를 멋진 백핸드 캐치로 건져올리며 승부의 마침표까지 직접 찍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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