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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의 김민성은 3루수다. 김민성의 수비 위치는 당연히 3루수였다. 그러나 최근 김민성은 내야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서 수비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2루수로 나서고 있다.
김민성은 타격 부진으로 인해 3루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올시즌 시작할 땐 외국인 타자에게 내주는가 싶더니 어느새 유망주 문보경이 그 자리를 가져갔다. 문보경은 5일 현재 타율 3할1푼8리로 타격 5위에 랭크돼 있다. 3루 수비도 이젠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3루수 주전은 김민성이 아니라 문보경이다.
김민성은 대부분 교체 출전을 해야했다. 들쭉 날쭉한 출전 속에서 좋은 타격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그러다가 2루수에 자리가 났다.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가 9월 들어 부진에 빠진 것.
그 빈틈에 김민성이 들어갔다. 시야가 달라져 타구 처리가 어려울 수 있지만 노련한 베테랑인 김민성에겐 그런 적응의 시간은 필요없었다. 원래 그 자리였던 것처럼 깔끔한 수비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시즌 막판이 되자 LG는 가르시아와 김민성을 놓고 시험하고 있다. 누굴 포스트시즌에서 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 우투수가 나올 땐 서건창이 출전하면 되지만 좌투수가 나올 때의 2루수를 찾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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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이 장군을 불렀다.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서 6번-2루수로 선발출전한 김민성은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 1안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로 홈런을 때린 것. 1-0으로 앞선 4회초 2사 1루서 KIA 선발 토마스 파노니의 가운데로 몰린 137㎞ 커터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빠른 계통의 직구를 생각하고 타석에 섰고, 몸쪽을 잘 파고들고 직구가 좋은 투수라 몸쪽으로 잘 들어오면 어렵지만 실투가 들어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운좋게 실투가 들어와 홈런이 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
3-0으로 앞선 LG는 이 홈런을 발판으로 리드를 지켰고 후반 타선이 터져 10대2로 승리했다. LG 류지현 감독이 경기 후 "김민성의 2점 홈런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성의 경쟁자인 가르시아는 이날 5번-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전날 4타수 무안타와 함께 6타수 무안타. 1군 콜업 후 아직 안타가 없다.
김민성은 지난달 25일 SSG 랜더스전서 9회 대수비로 출전해 2-2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2사 만루서 SSG 왼손 투수 김택형으로부터 역전 만루홈런을 쏘아올려 팀을 승리로 이끈 적도 있다. 왼손 투수에게서 장타를 터뜨리는 모습은 분명히 코칭스태프에게 인상을 깊게 한다.
LG는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경우 김광현 모리만도 오원석 등 왼손 투수들을 상대해야 하고 이들을 넘어서야 우승에 가까이 갈 수 있다. LG의 왼손타자들이 왼손 투수에게도 좋은 타격을 했지만 약한 타자도 있기 때문에 왼손 투수를 상대할 우타자가 필요하다.
김민성은 "2루 수비는 3루와 다르게 시야도 넓어 보이고 타구의 질이나 타자와의 거리도 달라서 참 어렵다"면서 "그렇지만 옆에 있는 동료들이 좋은 선수들인 만큼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했다.
선수는 출전해야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 김민성의 2루 변신. 살기위한 절실한 몸부림이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