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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의 만루포 내준 81억 에이스, 왜 천금의 가치 있었나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9-07 10:03 | 최종수정 2022-09-07 10:30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SSG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9.06/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래서 81억원을 거침 없이 쓰는 거구나.

SSG 랜더스에게 6일 LG 트윈스전이 한국시리즈 7차전만큼 중요한 경기였을 것이다.

정규시즌 우승을 따놓은 당상인 것 같았는데, 2위 LG가 야금야금 추격을 해왔다. SSG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반면, LG는 파죽의 7연승을 기록했다. 9경기 차이가 4경기로 줄어들었다. LG가 SSG를 넘어설 마지막 찬스가 왔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서 맞이한 운명의 맞대결 2연전. LG가 다 잡으면 2경기 차이가 됐다. 그 때는 선두 싸움이 정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혼전으로 흐를 수 있었다. 아니, LG가 유리해질 수 있었다. LG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고, 2019년 우승을 눈앞에 두고 9경기를 뒤집힌 아픈 기억이 있는 SSG 선수들에게는 큰 압박이 될 게 뻔했다.

특히 2연전 첫 번째 경기가 너무 중요했다. 승리 팀이 2연전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SSG는 일단 LG의 연승만 끊어놓으면, 2차전을 져도 4경기 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고비만 넘으면, 2차전은 한결 편하게 치를 수 있다. LG는 연승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 핵심은 선발투수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 선발이 무너져 버리면, 손도 못쓰고 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가운데 SSG 에이스 김광현은 구단이 왜 자신에게 81억원이라는 거액의 연봉을 안겼나를 스스로 증명했다.

공교롭게도 꼭 잡아야 하는 경기에 로테이션상 김광현이라는 에이스가 등장한 게 SSG에는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초반부터 타자들이 홈런을 치며 기세를 살렸다.

물론 김광현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6이닝 4실점. 4회 오지환에게 통한이 만루포를 허용했다. 하지만 만루홈런을 내주며 턱밑 추격을 허용했어도, 당황하지 않고 추가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타오른 LG의 기세를 5회 바로 꺾어버리자, 6회초 SSG의 추가점 3점이 나올 수 있었다. 웬만한 선수라면 치욕의 만루홈런 허용에 크게 흔들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김광현은 결국 승리투수가 되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선물했다. 6이닝 무실점만큼 가치가 있었던 6이닝 4실점 투구였다.


김광현은 미국에서 돌아오며 SSG와 4년 151억원이라는 최고 대우에 사인했다. 첫 해 연봉이 무려 81억원이다. 물론, 계약금을 받을 수 없는 신분이라 SSG가 계약금 명목으로 첫 해 엄청난 연봉을 책정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시대에 81억원이 상징하는 건 어마어마하다. 뭘 어떻게 해도, 81억원어치의 활약을 하기는 힘들겠지만 확실한 건 김광현이 어제 LG전 투구로 최고 대우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투수라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는 건 충분히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제 남은 건 SSG의 정규리그 우승을 했을 때,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이 유력한 김광현이 어떤 투구를 하느냐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SSG는 81억원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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