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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No, 문화시설 Yes! 2만석 청라돔이 '식물 돔' 피할 묘수[SC핫이슈]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8-24 15:32 | 최종수정 2022-08-26 06:22


◇고척스카이돔.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과연 한국 야구는 이번엔 제대로 된 돔구장을 갖게 될까.

신세계그룹이 인천시와 청라국제도시에 멀티 스타디움 돔구장 건립을 위한 포괄적 협력을 합의하면서 야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SSG 랜더스를 인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던 청라돔(가칭)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구체화된 것이기 때문. 이에 따라 현재 랜더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SSG는 청라돔 완공과 함께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돔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팀이 될 전망이다.

청라돔은 신세계그룹이 건립 중인 스타필드 청라 내에 자리 잡는다. 2020년 착공한 스타필드 청라는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단 인수 직후 돔구장 건립을 위한 설계변경을 추진했다. 정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개폐식 돔구장인 글로브라이프필드(텍사스 레인저스)와 상업시설, 호텔과 함께 운영 중인 트루이스트파크(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청라돔은 2만석 규모로 야구 뿐만 아니라 K-팝 콘서트, 문화행사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 역할도 겸한다는 구상. 이대로 건립이 이뤄진다면 청라돔은 기존 고척스카이돔(1만7000석)을 뛰어 넘는 최다 관중 수용 가능 돔구장이 된다.

하지만 청라돔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은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고척스카이돔의 아픔 탓이다.

동대문야구장 철거 뒤 추진된 고척스카이돔 건립은 난항을 거듭했다. 완공 후에도 논란을 거듭했다. 정치 논리 속 졸속 추진돼 관중 수용 여권을 갖추지 못하고, 지역 상권 반발로 수익시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돔'이었다. 야구계가 그토록 염원하던 돔구장이었지만, 서울 연고 팀이 서로 쓰지 않으려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히어로즈가 둥지를 틀어 현재에 이르렀지만, 고척스카이돔은 그저 '비를 막아주는 야구장' 그 이상, 그 이하의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최저 관중 동원 구장'의 멍에만 쓰고 있다.

청라돔은 이런 고척스카이돔의 실패 사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SSG 랜더스 구단주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24일 유정복 인천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청라 돔구장의 조속한 추진을 통해 인천이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 돔구장 시대를 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현재 건설 중인 스타필드 청라 및 돔구장 건립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하고 서울지하철 7호선 역사 추가 신설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오랜만에 기업과 지자체가 힘을 모은 이상적인 모양새다.

현행법 상 대형 체육시설은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만 소유할 수 있다. 법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신세계가 인천시에 돔구장을 기부체납하고 재임대해야 한다. 다만 이렇게 되면 식음업체 입점이나 구장 운영, 수익 등 여러 부분에서 걸림돌이 생긴다. 청라돔은 민간소유 부지에 건립되는 쇼핑몰 내에 생기고, 야구 뿐만 아니라 콘서트, 행사 등 문화시설 역할도 겸한다. 때문에 청라돔을 '체육시설'이 아닌 '문화공연시설'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 이렇게 되면 문화시설로 등록된 장충체육관, 부산 구덕운동장처럼 경기장 내 식음업체 입점은 불가하다. 하지만 스타필드청라 내에 자리 잡는 청라돔은 외부 음식 반입 허용, 배달 등으로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다.


현행법은 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인 경기장을 소유하면 중과세 대상으로 분류한다. 청라돔이 문화시설로 해석된다면 지방세법 시행령 제26조(대도시 법인 중과세의 예외) 13항(공연법에 따른 공연장 등 문화예술시설운영사업)에 의해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4월 말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질의를 통해 청라돔을 '문화, 집회 시설로 허가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체육계는 스포츠 인프라 개선 및 사업 활성화를 위해 법령 개정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제기했지만,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청라돔 건립 과정에서 이런 논의가 다시 일어날 수 있으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결국 완공 시기에 맞춰 청라돔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선 체육시설이 아닌 문화공연시설 등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지역 및 시민단체로부터 대기업 특혜 논란이 빚어질 소지가 있고, 정치권에서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변수다. 청라돔이 단순히 기업 이윤만을 위한 수단이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창구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돔 전도사'로 불리는 KBO 허구연 총재는 청라돔 건립을 위한 법령 개정을 물심양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야구계 역시 청라돔이 세상에 내놓아도 흠잡을 곳 없는 '진짜 돔'이 되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고, 갖가지 변수를 어떻게 이겨낼지도 현재까진 물음표다. 과연 한국 야구가 이번엔 '식물 돔'이 아닌 '진짜 돔'을 갖게 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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