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투구수 71개.
지난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12차전에 선발 등판해 눈부신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하지 못한 삼성 백정현 이야기다.
그는 연패 탈출과 함께 시즌 첫 승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6이닝 3안타 4탈삼진 무실점. 올시즌 최고의 호투였다. 투구수 단 7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으로 앞선 7회말 불펜에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
불펜이 강하지 않은 삼성은 백정현 카드를 더 밀어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습한 날씨 속 공과의 마찰력이 커지면서 생긴 손가락 물집이었다. KT 선발 배제성도 우천 중단 뒤 재개되는 과정에서 피 맺힌 손가락 문제를 호소한 바 있다.
"살짝 무겁긴 했지만 더 던질 수는 있었는데 2회 손가락에 물집이 배겼어요. 던지면서 물집이 계속 커지면서 살이 찢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다음 등판까지 관리하기가 힘들거든요. 상태를 말씀 드렸더니 '여기까지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승리요건을 갖췄지만 마운드를 내려오기 무섭게 불펜진은 7회말 곧바로 2-2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설상가상 팀도 10회말 연장 승부 끝에 2대3으로 패하며 KT와의 2연전을 다 내주고 말았다.
팀으로서도 백정현으로서도 아쉬운 결과. 하지만 그는 평소 그 답게 의연했다.
"뒤에 올라왔던 투수들이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괜찮은데… 제 첫 승 때문에 야수들이나 뒤에 올라오는 투수들이 더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해요."
보살 같은 마음의 소유자. 변화가 없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속내를 알 수 없지만 동료들은 그의 진심을 안다. 기필코 첫 승을 안겨 부담을 덜어주려 더욱 집중하는 이유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과정은 빛났다.
특유의 칼제구가 살아나며 고질이던 피홈런도 볼넷도 없었다.
돌아온 2021년판 백정현. 완벽한 부활과 첫 승 신고가 머지 않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