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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야구, 만년꼴찌→통합우승팀 바꾼 '강철매직'에 걸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7-21 21:16 | 최종수정 2022-07-22 05:17


◇KT 이강철 감독.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56)이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나설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이 감독은 2017년 대표팀 전임감독제 시행 이후 5년여 만에 다시 현직 감독 신분으로 태극전사를 이끄는 사령탑이 됐다.

당초 WBC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 체제가 유력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연기된 가운데, 24세 이하 선수들로 팀을 꾸릴 계획이었던 류중일호와 국내외를 총망라한 팀을 꾸려야 하는 WBC 대표팀 간의 괴리가 지적됐다. 염경엽 기술위원장이 이끄는 WBC 기술위가 원점 검토에 나선 가운데, 결국 현직에 있는 이 감독이 낙점됐다.

현역 시절 KBO리그 레전드였던 이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한 뒤 친정팀 KIA를 시작으로 히어로즈, 두산에서 코치 시절을 보냈다. 2017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BC)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 투수 코치를 맡아 국제 경험도 쌓았다. 2019년 KT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창단 후 4시즌 연속 꼴찌를 기록하던 팀을 6위 및 첫 5할 승률 시즌으로 이끌었고, 이듬해인 2020년엔 창단 첫 포스트시즌행의 성과를 만들었다. 급기야 2021시즌엔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역사를 썼다.

기술위는 '우선 현역 감독이 이번 WBC 대표팀을 이끄는 방안을 협의했고, 단기전의 특성상 마운드 전력 운영 능력의 중요성을 고려해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며 '이 감독이 KBO 리그에서 투수 코치로 오랜 경력을 쌓았고 선수들에 대한 뛰어난 분석 및 효율적인 기용 능력을 높이 평가해 최종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또한 기술위원회는 이 감독이 한국시리즈 디펜딩 챔피언 팀 사령탑인 점도 최종 결정 과정에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리더십은 팔색조다.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면서도 성과에 따라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승부처에서 번뜩이는 투수 운영도 최대 강점이다. 특히 선수단과의 호흡을 중시하면서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만년꼴찌'로 불렸던 KT가 이 감독 취임 후 무섭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통합우승의 결실을 맺은 이면엔 이 감독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우승 뒤에도 여전히 '팀 KT'를 강조하고 있는 이 감독은 올해도 하위권에서 출발했으나, 전반기를 마치는 시점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의 어깨는 꽤 무겁다.

WBC는 한국 야구에 환희와 아픔을 안겨준 대회. 1회(2006년), 2회(2009년) 대회에서 명승부를 펼치면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더불어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하지만 2013년 타이중 쇼크, 2017년 고척 참사 등 대표팀의 내리막길이 시작된 무대이기도 하다. 5회째인 이번 대회에선 1라운드부터 '숙적' 일본과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선수 선발 논란, 도쿄올림픽 노메달 등 대표팀의 국제 무대 경쟁력 약화가 문제로 지적된 가운데 이번 대회의 관심과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 뒤 KT를 통해 "영광스럽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구단에서도 국가대표 감독 겸직을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감사하다"며 "KBO 출범 40주년을 맞아 슬로건으로 내세운 '팬 퍼스트' 가치에 맞게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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