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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가 경기 중반 위기 속에서 투수 교체가 이뤄질 때 이제 예상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우완 김민수(30)다.
시즌 전부터 구원 투수로만 준비를 한 효과를 봤다고. 김민수는 "스프링캠프 때 코칭스태프께서는 올해도 선발과 중간을 함께 준비하는 것을 바라시면서 저에게 의견을 물어보셨는데 제가 올해는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흔쾌히 받아들여주셨다"면서 "그렇게 준비한 것이 올시즌 잘 해오게 된 이유인 것 같다"라고 했다.
팀이 치른 84경기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1경기에 나온 김민수는 너무 자주 나와 '마당쇠'로도 불리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많이 나가고 싶다"는 김민수는 "몸관리는 프로로서 내가 이겨내야할 부분이다. 지금은 체력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제법 불펜 투수로서 자리를 잡았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잦았던 김민수는 "처음엔 자신이 없었다"면서 "선발할 때 주자를 두고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자를 보낸) 앞선 투수의 마음을 잘 알아서 너무 막아주고 싶었다. 그게 안될 때마다 투수에게 미안하고 나 스스로에겐 여기까지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경기를 치르면서 멘탈도 잡게 됐다고. "지금은 경험의 차이라고 한번 두번 세번 네번 나가다 보니까 지금은 나도 열심히 던지는데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러니까 결과도 좋아지고 지금은 편해졌다"라고 했다. 꼭 막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털고 던지는 스스로의 멘탈 관리법을 찾은 것.
그래도 마무리는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혹시 선발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김민수는 "사실 선발이든 중간이든 보직은 가리지 않는다"면서도 "마무리만큼은 못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미 올시즌 두번의 세이브가 있는데도 김민수는 "세이브도 해봤지만 마무리의 무게감이 엄청나다"면서 "차라리 7회 무사 만루에 나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라고 했다.
불펜 투수를 하면서 공 하나의 중요성에 대해 체감하고 있다. "선발 할 때는 초반에 점수를 주더라도 5∼6이닝 정도까지 끌어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던지는데 불펜은 공 하나에 점수가 달라지니까 그것에 대해 많이 느끼고 더 신중하게 던지려고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렇게 지낸 전반기. 어느덧 주위에서도 모두 그를 인정했다. 김민수는 "박병호 형이 라커룸에서 옆자리인데 형이 '민수야 이제 네가 나가면 1이닝은 그냥 삭제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편안해'라고 하시더라. 농담반 진담반 식인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라며 웃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