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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전 A로드처럼 역사적 계약, 보라스가 그리는 '소토 그림'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07-18 00:50 | 최종수정 2022-07-18 05:23


워싱턴 내셔널스 후안 소토가 17일(한국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4회말 조시 벨의 3루타 때 홈을 밟은 뒤 더그아웃에서 루이스 가르시아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워싱턴 내셔널스가 간판타자 후안 소토에게 연장계약 제안을 한 건 세 차례다.

지난해 12월 락아웃 이전 13년 3억5000만달러가 첫 제안이었다. 소토는 지난 2월 고향 도미니카공화국 언론에 이런 사실을 밝히면서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다. 두 번째 제안은 올시즌 직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평균 연봉을 3000만달러선으로 올리면서 13년 계약을 제안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총액 4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역시 거절했다.

그리고 이번에 15년 4억4000만달러를 제시했지만, 소토의 성에 차는 수준은 아니었다. 최고 몸값 기록인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의 12년 4억2650만달러를 웃도는 거액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매력적이지 않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우선 평균 연봉은 2933만달러로 3000만달러 채 안 된다. 올해 연봉 순위에 대입하면 15위 수준이다. 3554만달러인 트라웃의 연평균 연봉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계약 기간 후반에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구조다. 물론 15년 동안 번거로운 연봉 협상을 잊고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평균 연봉이다. 그게 곧 선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세 차례 제안을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판단한 게 소토일까. 아니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라고 봐야 한다. 소토는 17일(한국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난 협상과 관련해서는 에이전트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난 야구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협상에 관해 선수가 구체적인 얘기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원론적인 입장이겠으나, 실제 소토 뿐만 아니라 '보라스 사단' 소속 선수들의 보라스에 대한 신뢰도는 절대적이다.

'최대 고객' 소토에 대한 보라스의 궁극적 목표는 뭘까. 누가 봐도 총액 및 평균 연봉에서 역대 최고치를 찍는 것이다. 그걸 이룰 수 있는 방법은 FA 밖에 없다. 소토는 FA가 될 때까지 야구에만 집중해 기록으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는 2024년 시즌 후 FA가 된다.

보라스가 목표로 하는 소토의 몸값이 어느 정도인 지 알 수는 없으나, 현지 매체들 보도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총액 5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워싱턴이 지금 계약기간 15년에 5억달러를 제시한다면 보라스의 마음이 움직일 지도 모를 일이나, 2년 후 FA 시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라스의 에이전트 40년 역사에서 이정표로 부를 만한 FA 둘을 꼽으라면 케빈 브라운과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1998년 12월 브라운은 LA 다저스와 7년 1억500만달러에 계약하며 최초의 1억달러의 사나이가 됐고, 2년 뒤 로드리게스는 10년 2억5200만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며 미국 프로스포츠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겼다.

CBS스포츠는 '나이와 생산성을 고려하면 소토는 2024년 FA 시장에서 메이저리그 계약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 2001년 보라스의 고객 A로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전했다. 소토는 현존 최고의 20대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팬그래프스는 지난 겨울 소토를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에 비유했다.

워싱턴의 세 차례 구애를 뿌린 친 보라스가 2년 4개월 뒤 그릴 '그림'이 22년 전 A로드 계약과 무관치는 않은 것 같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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