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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쳐줄게' 약속 지킨 황성빈의 소신 "1루? 슬라이딩이 더 빨라요" [부산포커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7-13 13:38 | 최종수정 2022-07-13 14:31


롯데 황성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황성빈(25)이 롯데 자이언츠에 연일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슬라이딩, 보기드문 폭풍질주가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12일 3대2로 역전승을 거둔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황성빈의 가치는 어김없이 빛났다.

황성빈은 7월 들어 처음으로 선발에서 빠졌다. 대신 2-2로 맞선 8회말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한 전준우를 대신해 대주자로 투입됐다.

다음 타자 이대호의 타구는 유격수앞 땅볼. 한화 내야진은 병살을 노렸지만, 황성빈은 기민한 발놀림으로 2루에서 세이프됐다. 다음 타자 정 훈의 적시타가 이날의 결승타였음을 생각하면 귀중한 승부처였다.

정 훈의 결승타 또한 황성빈의 역할이 컸다. 한화의 중견수는 외국인 선수 터크먼이다. 결사적으로 달린 황성빈은 송구보다 먼저 홈에 슬라이딩하며 결승점을 뽑아냈다. '황보르기니', '달릴 때 가장 아름답다' 등 황성빈을 향한 롯데 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어느덧 타율은 3할에 근접했고(2할9푼3리) OPS(출루율+장타율)도 0.718까지 끌어올렸다.

황성빈은 지난 6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뜻밖의 장타력도 과시했다. 1회초 1번타자로 선발출전, 선발 노경은의 143㎞ 직구를 통타해 담장을 넘겼다. SSG 우익수 한유섬의 글러브를 살짝 넘어간 아슬아슬한 타구였다. 때린 황성빈도, 허용한 노경은도 홈런이 아닌줄 알았을 정도. 황성빈은 2루 근처에서 멈춰 지켜보던 팬들을 웃게 했다.

이로써 황성빈은 프로 데뷔 첫 홈런을 1번타자로서, 초구에 때린 KBO 역사상 첫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황성빈은 "좀더 멋지게 그라운드를 돌고 싶었는데…"라며 멋적어했다.


롯데 황성빈이 희생플라이 때 득점을 올리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특유의 유쾌하고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외국인 선수들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홈런을 치던날 반즈는 황성빈에게 대뜸 '오늘 홈런 하나 쳐달라'고 말했다. 황성빈은 "그걸 또 '걱정마 내가 하나 쳐준다'고 말도 안되게 받아줬는데, 진짜 홈런을 친 거다. 라커룸에 있던 반즈가 축하해주러 나왔더라"며 웃었다. 그때부터 반즈는 황성빈을 보면 '난 반즈, 넌 배리 본즈(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라고 말한다고.


황성빈은 어느덧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에 대해 "내 생각엔 슬라이딩이 (뛰어서 지나가는 것보다)더 빠르다. 그리고 빠르게 뛸 때는 베이스를 밟는 발에 힘이 실리면서 부상당할까 겁난다"는 소신도 전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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