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미란다(두산)는 지난해 225개의 삼진을 잡았다. 1984년 최동원(223개)을 27년만에 뛰어넘은 KBO 신기록이었따.
올해는 안우진(키움)과 루친스키(NC)가 미란다에 도전한다. 두 투수는 올시즌 나란히 17경기에 등판, 삼진 125개를 잡아냈다.
산술적으론 209~210개 페이스다. 9이닝당 삼진율로 따지면 10.1개. 소화한 이닝수도 안우진(111⅓이닝)과 루친스키(111⅔)가 비슷하다. 뒤집어 말하면 역대 외인 중 가장 구위가 좋고 롱런하는 투수로 손꼽히는 루친스키에 비해 '160㎞ 투수' 안우진의 구위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그 안우진보다 9이닝당 삼진율이 더 높은 토종 투수가 있다. 롯데 나균안이다.
올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6경기에 등판, 58⅓이닝 동안 무려 6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9이닝당 삼진율이 무려 10.5개에 달한다.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기준 리그 1위다. 불펜이 선발보다 전력투구에서 유리함을 감안해도, 나균안이 구위형 투수가 아님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뛰어난 볼배합 심리전과 뛰어난 제구력, 그리고 절묘한 포크볼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시즌초인 4월 8일 두산 전에서 선발 이승헌의 뒤를 이어 등판, 5이닝 무실점 10K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후에도 김진욱 스파크맨의 뒤를 잇는 롱맨, 대체 선발, 유사시 필승조까지 책임지는 전천후 투수로 활약 중이다.
역투하는 나균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12일 사직 한화전. 나균안은 1-2로 뒤지던 6회초, 선발 이인복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첫 타자 하주석을 돌려세운 뒤 최재훈과 노수광의 연속 안타로 1사 1,3루. 나균안은 권광민과 이도윤을 연속 삼진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나균안은 시즌초 직구 최고 구속을 150㎞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날도 최고 147㎞의 직구를 던졌다. 나균안의 역투로 흐름을 되돌린 롯데는 7회말 안중열의 동점포와 8회말 정 훈의 결승타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나균안이 안우진보다 9이닝당 삼진율이 높다'는 소개에 "짧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삼진을 많이 잡고 있다. 볼 회전이 정말 좋은 투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균안은 익히 알려진대로 포수 출신이다. 1군 무대에서 투수로 활약한 건 올해로 2년째. 24세의 어린 투수인 만큼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