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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원래 홈런 치는 타자 아니잖아요. 잘 맞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넘어갈줄은 몰랐습니다."
고난으로 가득한 한달이었다. 6월 2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타구를 놓친 뒤 파울로 착각, 볼보이에게 공을 던져주는 초대형 사고를 저질렀다. 허리 부상까지 당해 한동안 1군에서 보이지 않았다. 7일 1군에 복귀한 뒤 4일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뜨겁게 피력했다.
롯데 외야 오른쪽을 15년간 책임져온 손아섭이 지난 겨울 떠났다. 그 자리를 메울 선수를 찾기 위해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뜨거운 경쟁을 유도했다. 하지만 그 후보로 꼽혔던 고승민과 추재현, 조세진 중 아무도 아직 외야 한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도리어 무명의 황성빈이 튀어나와 날카로운 방망이와 에너제틱한 몸놀림으로 사령탑의 총애를 받고 있다.
이날 경기 후 만난 고승민은 "팀이 연패를 끊고 승리하는데 보탬이 되서 좋습니다. 원래 홈런 치는 타자도 아닌데, (타격하는 순간)강하게 임팩트를 준게 홈런이 됐습니다"는 소감을 전했다.
홈런을 때린 상대 투수는 KT 배제성과 엄상백. 팀을 대표하는 투수들이다. 특히 2개 모두 변화구를 노린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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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은 "첫 홈런(배제성)은 슬라이더를 노렸어요. 직전에 바깥쪽으로 직구가 하나 왔고, 주무기가 몸쪽 슬라이더니까…운좋게 잘 맞은 것 같습니다. 두번째(엄상백)는 직구를 노렸는데, 체인지업이 앞에서 잘 맞았습니다. 각도보다는 좋은 타이밍에 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본헤드 플레이. 그 누구보다도 속상했던 선수는 고승민일 것이다. 고승민은 "선배들께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 플레이에 부담을 갖기 보단, 경기에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죠"라며 "오늘도 2번째 홈런 치고 나니 이대호 선배가 제일 먼저 축하해주셨어요. '하나 더 치고 오라'고 하셨는데, 다음 타석에 삼진을 먹어서…다음번엔 잘 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1군 등록 당일인 7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타구를 따라가다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며 공을 놓쳤다. 고승민은 "그때 겉보기엔 잘 몰랐는데, 막상 나가보니…역방향으로 몸을 트니까(비맞은 잔디가) 확 미끄러졌어요"라고 회상했다.
지난 5월 22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땐 "1군에서 홈런을 치는 날이 올거란 생각도 못했습니다"라며 감격했다. "홈런이 된줄도 모르고 뛰었는데 넘어갔어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첫 홈런의 비거리는 130m, 두번째는 115m였다. 고승민은 "워낙 정확하게 맞아서 멀리 갈줄은 알았는데, 치고 뛰다보니 홈런이 됐더라고요"라며 "팬들이 야구장에 정말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후반기에도 올라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