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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 7년 압도당했던 LG, 올해가 대반전의 시작인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2-07-06 10:38 | 최종수정 2022-07-06 10:47


5일 대구 삼성전에서 LG가 4대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고우석 유강남 배터리.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9회초 LG 문보경이 솔로홈런을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동일한 연고지역, 한 경기장을 공유하는 두 팀,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늘 비교되고 상대를 응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서울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두 팀은 자기팀 성적 이상으로 상대팀 성적에 관심이 크다. 부진한 성적이 뼈아프기도 하지만 상대의 큰 성공이 더 속 쓰리기도 하다. 지난 7년 간 LG가 그랬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두 차례 통합우승. 두산이 빛나는 성과를 거둘 때, 더그아웃 건너편 LG는 4번의 가을야구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최근 두 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 마주해 두 번 다 두산이 이겼다. 나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는데, 문제는 두산이 잘 해도 너무 잘했다는 거다.

자존심이 걸린 맞대결에서 LG가 많이 밀렸다. 지난 해까지 최근 7년 간 두산을 상대로 40승5무67패를 기록했다. 2015년 8승8패 동률을 기록했을 뿐 한 번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2018년에는 1승15패, 굴욕까지 맛봤다. LG에게 두산은 얄밉게, 우직하게, 효율적으로 야구 잘 하는 '불편한 이웃'이다.

2015년, 최강 두산이 시동을 걸었다. 준플레이오프로 가을야구를 시작해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를 차례로 누르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LG는 KBO리그 10개 팀 중 9위에 자리했다.

2016년 두산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해 명실상부한 최고팀으로 우뚝 섰다. 2018년 페넌트 레이스 1위-준우승을 한 두산은 2019년 다시 통합우승으로 존재감을 확인했다. 두산은 매년 한국시리즈에 올라 트윈스에 열패감을 안겼다. 최근 2년간 페넌트 레이스 성적이 비슷했지만 두산은 LG를 밀어내고 위로 올라갔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1008경기에서 587승17무404패 승률 5할9푼2리. 이 기간 두산은 전체
7회초 2사 1,2루 LG 박해민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승률 1위팀이다. LG 502승27무479패 승률 5할1푼2리, 전체 4위였다.

올해 완전히 다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5일까지 LG는 77경기에서 46승1무30패 승률 6할5리, 두산은 76경기에서 32승2무42패 승률 4할3푼2리를 기록했다. 3위 LG가 8위 두산에 무려 13경기 앞서 있다. 올해 LG는 두산과 상대전적에서 5승4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두산은 9위 NC에 1.5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지금같은 페이스가 계속된다면 최악의 시즌이 될 수도 있다. 지난 7년 간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최근 몇년 간 LG가 착실하게 전력을 쌓아 올라오고, 두산이 하락세를 타는 크로스 구도가 현재 그림을 만들었다.

달라진 LG의 핵심 요소는 두터워진 선수층이다. 강화가 필요한 부분, 부족한 부분을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으로 채웠다. 전력 강화를 위한 적절한 투자가 이뤄졌다.

오랫동안 LG는 좋은 신인선수를 뽑아놓고도 육성 못하는 팀, 선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구단으로 조롱을 당했다. LG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가 타 팀으로 이적해 맹활약을 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최근엔 완전히 달라졌다. 신인 드래프트 상위 순위로 뽑은 젊은 자원들이 2군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육성과정을 거친 뒤 1군 주축전력으로 자리잡는 사례가 늘었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연결되고 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간의 신구조화가 눈에 띈다. 오랫도안 공들였던 선수육성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5일 잠실 히어로즈전.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는 두산 선수들.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9회초 2사 만루에서 두산 강승호의 송구 실책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1루에서 볼을 잡지 못한 양석환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4회 두산 양석환이 키움 안우진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날렸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양석환.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반면, 두산은 꽤 오랫 동안 지속적으로 FA 전력 유출이 이어졌다. 최상위권 성적을 내면서 상대적으로 최상급 신인선수를 뽑을 기회가 줄었다.

올해는 여러가지 불운이 겹쳤다. 연봉 190만달러 에이스인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부상으로 1승도 없이 교체를 앞두고 있다. 지난 겨울 주력 외야수 박건우가 팀을 떠난 가운데, 투타에서 부상선수가 속출했다. 이전에는 부상선수의 공백을 백업선수가 메워주면서 성장해 자리를 잡았는데 올해는 원활하지 못하다. 김재환 정수빈 등 핵심타자들의 부진까지 겹쳤다.

1군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LG의 젊은 선수들을, 많은 야구인들이 주목한다. 두산과 LG의 엇갈린 행보가 올해뿐만 아니라 한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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